제천 참사 건물 이중 강화유리…"2㎏ 도끼로도 깨기 어려워"

입력 2017-12-27 13:13  

제천 참사 건물 이중 강화유리…"2㎏ 도끼로도 깨기 어려워"
"일본은 건물 통유리에 빨간 역삼각형으로 '대피용 창문' 표시"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화재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유리창은 이중 강화유리다.


2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 2층과 3층 목욕탕에 시공된 통유리는 이중 구조로 총 두께가 22㎜다.
일반 유리보다 5배가량 강도가 센 강화유리 5㎜, 7㎜ 두께 강화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구조다.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제천소방서 구조대원 4명은 안전상의 이유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이 난 건물 2·3층 통유리 제거 작업을 했다.
구조대원들은 건물 내부에서 무게 2㎏짜리 구조용 만능도끼로 창틀에 남은 유리창을 후려쳤다.
20∼30대 구조대원이 뾰족한 철제 도끼로 유리를 수차례 내리쳤지만, 유리는 금이 갈 뿐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날 작업한 A(37)씨 구조대원은 "도끼로 힘차게 7∼8번은 때려야 겨우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라면서 "2중 강화유리인 데다 필름 코팅까지 돼 있어 성인 남성이라 하더라도 장비 없이 깨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화재 당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유족 류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이 이중 강화유리 때문에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화재 당시 진압활동을 했던 한 소방대원은 "2층으로 진입하려고 사다리에 오른 상태로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도끼를 휘둘렀기 때문에 유리창을 제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2층 이상 건물 유리창에는 붉은색 역삼각형을 표시해 '탈출용 유리창'을 법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은 작은 건물에도 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유리창을 지정한다"면서 "빨간 역삼각형이 표시된 '탈출용 유리창'은 강화유리가 아닌 잘 깨지는 유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일부 대형 건물에서는 긴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는 유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형 상가 건물은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통유리를 사용한 건물에 대한 안전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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