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의원 '4인 선거구' 확대 가능할까…양당 반발 본격화

입력 2017-12-27 14:14  

서울시 구의원 '4인 선거구' 확대 가능할까…양당 반발 본격화
서울시 선거구획정위 "2인 선거구 70%→23%로 줄이자"
한국당 "원안 통과 저지하겠다"…민주당도 반대 기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인 선거구를 3∼4인 위주로 개편하자는 서울시 기초의회(자치구의원) 선거구획정안을 놓고 거대 양당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 때 치러질 자치구의원 선거에서 10년 이상 논의돼온 4인 선거구 확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지난 22일 선거구획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감창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구의원 선거구를 확대하면 선거 비용이 많이 들고, 지역주민 대표성 또한 약화된다"며 "각종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원안 통과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역시 당내에서 반대 기류가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초의원은 지금처럼 2인 선거구 위주로 가자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선거구획정안에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양당 서울시의원들의 반발은 지난달 서울시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선거구획정안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의원 한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자치구·시·군의회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는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됐다. 한 선거구에서 1등뿐만 아니라 2∼4등까지 당선되도록 해 다양한 세력의 진입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거구가 2인 위주로 획정되면서 거대 양당이 '나눠 먹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서울 159개 구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는 111개(70%), 3인 선거구는 48개였다. 4인 선거구는 한 곳도 없었다.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구의원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무소속 3명(강북구의회 1명, 금천구의회 1명, 성동구의회 1명)과 노동당 1명(구로구의회 1명) 등 총 4명에 그쳤다.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2인 선거구를 기존 111개에서 36개(23%)로 대폭 줄이고, 3인 선거구를 48개에서 51개(32%)로 늘리자는 안을 내놨다. 4인 선거구는 35개(22%)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4인 선거구로 바뀌는 주요 구는 종로, 동대문, 양천, 영등포, 동작 등이다.
종로구를 예로 들면 지금은 구의원 선거구를 4개로 나눠 가·나·다 선거구에서 각각 2명, 라 선거구에서 3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앞으로는 선거구를 2개로 통합해 한 선거구당 4명의 구의원을 선출하자는 게 획정위의 제안이다. 이때 구의원 수는 총 9명에서 8명으로 1명 줄어든다.


4인 선거구제 개편 시 의석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는 거대 양당은 반대하고 있으나 소수 정당은 잇따라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초의회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바꾸는 안은 1, 2등의 거대 양당만 당선되는 현행 선거구제에서 3, 4등의 정당도 기초의회 원내에 진출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안"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선거구획정안에 반대하는 거대 양당을 향해 "2인 선거구에서 4인 선거구로 기초의원선거구가 확대될 경우 지난 지방선거제도 도입 후 수십 년간 독점해왔던 자신들의 기득권이 깨질 것을 우려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원칙을 세워 마련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 잠정안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기초의원 정수를 3∼5명으로 조정해 2인 선거구를 없애고, 기초의원 정수의 10%였던 비례대표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구의원 선거구 획정 최종안은 내년 2월께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지난 12일까지 획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받았으며, 현재 각 정당과 자치구 의회 등에 의견 진술 기회를 주고 있다. 들어온 의견 대부분이 획정안에 부정적이라고 서울시는 전했다.
의견 수렴 뒤 선거구획정위는 서울시장에게 최종안을 제출한다. 이를 반영한 '자치구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시의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에 따라 선거를 하게 되지만 보류나 부결 때는 기존 선거구대로 구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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