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예이터-월리스, 불운과 병마 떨치고 金 정조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부잣집 도련님에서 '빚더미' 사기꾼의 아들로, 사경을 헤매던 희귀병 환자에서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수놓을 많은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 세계적인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인 토린 예이터-월리스(22·미국)만큼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가진 별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불과 2년 전 극히 드문 질환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우던 예이터-월리스가 평창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며 영화 같은 그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예이터-월리스는 유년 시절 미 콜로라도 주 애스펀의 부유한 집에서 자랐다. 부친인 론 월리스는 아직 병에 담지도 않은 고급 와인을 선물(先物) 거래하는 사업에 성공, BMW 승용차를 구입하고 호화 컨트리클럽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미리 돈을 내고도 와인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부친의 사업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의심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정식 수사에 착수하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유죄를 모두 인정한 부친은 징역 9개월에 27개월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았고, 파산을 면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2천만 달러(약 214억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
불과 10대 초반의 나이부터 이집 저집을 떠돌아다니고 친구 집 소파에서 쪽잠을 자야 했던 예이터-월리스가 찾은 출구는 프리스타일 스키였다. 각종 대회에서 탄 상금은 소중한 생계비가 됐다.
2010년 아마추어 대회로는 최고 권위의 미국스노보드·프리스키협회 전국선수권에 14살의 나이로 출전해 슬로프스타일과 하프파이프 종목을 모두 석권해 이름을 날렸으나, 2천 달러(약 214만 원)의 상금은 모두 집세로 써야 했다.
이듬해 2011년 엑스게임 대회에서는 15세의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최연소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프리스타일 스키의 신'으로 불리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기대주로 떠오른 예이터-월리스의 두 번째 시련은 2013년 초에 찾아왔다.
등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일종의 침술 요법인 '드라이 니들링' 치료를 하던 시술자가 바늘을 깊이 찌르는 바람에 폐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튿날 훈련 중 호흡에 지장을 느끼고 병원으로 달려간 예이터-월리스는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만약 올림픽에 못 나갔다면 법률 소송을 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겨우 참가한 소치올림픽도 본선 첫 경기에서 넘어져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폐허탈 증상이 재발하는 바람에 허무하게 마감해야 했다. 대신 그는 일찌감치 다음 대회인 평창올림픽에서는 최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15년 11월 독감 증세로 응급실을 들락거리면서도 훈련에 매진하던 예이터-월리스는 결국 40도의 고열과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스트렙토콕쿠스 안지노수스'라는 희귀한 패혈성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바이러스로 간에 종기가 생기고 폐에 액체가 차오른 그는 나흘간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다 겨우 깨어났다.
열흘간의 입원으로 체중 11㎏가 빠졌지만 스키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간과 쓸개에 배수 튜브를 꼽고 치료장비를 부착한 채 스키장으로 돌아온 그는 퇴원 두 달 만인 2016년 초 유러피언 X게임 대회에 출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쓸개를 통째로 제거해야 한다',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60%다'라는 의료진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예이터-월리스는 WP에 끊이지 않은 시련에 대해 "그게 내 인생이다. 사람들이 전에 이런 것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냥 스키를 타고 싶었을 뿐"이라며 퇴원 당시의 감정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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