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맛보며 직접 만드는 체험관 건립…관광상품도 개발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에는 전통 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이 전해진다.
후손들이 기탁해 한국국학진흥원이 보관하는 수운잡방은 조선 중기 안동 예안에 산 광산 김씨 설월당(雪月堂) 종가 김유(1491∼1555)가 집필했다. 이 책은 1670년을 전후해 한글로 쓴 '음식디미방'보다 100년 이상 앞서 발간돼 현존 최고(最古) 요리서로 꼽힌다.
'수운(需雲)'은 격조있는 음식 문화를 뜻한다. '구름 위 하늘나라에서는 먹고 마시며 잔치와 풍류로 군자를 대접한다'(雲上于天需君子以飮食宴樂)는 역경(易經) 구절에서 유래했다.
수운잡방에는 장 담그는 법과 우유와 쌀을 끓여 만드는 '타락죽', 솔잎으로 빚은 전통주 '송엽주', 안동 마와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엿물을 부어 만든 보양식 '서여탕', 쇠고기로 만드는 국수 '육면', 영계 다리를 참기름에 볶아 솥에서 졸인 뒤 산초가루 등으로 풍미를 더한 '전계아'(煎鷄兒), 꿩고기를 넣어 만든 물김치 '치저' 등 200여 가지 요리법이 수록됐다.
경북 안동시는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지역민 자부심과 한식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운잡방을 산업화하기로 했다.
시는 내년 와룡면 태리 일대에 10억원을 들여 수운잡방체험관을 짓는다.
2천800여㎡ 터에 240㎡ 규모 한옥으로 지어 음식 홍보·전시관, 발효·숙성실, 교육관 등을 갖춘다.
홍보·전시관은 수운잡방에 나오는 술과 음식을 전시한다. 발효·숙성실에서는 술과 식초, 장류 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교육관은 수운잡방 내용과 관례, 향음주례(鄕飮酒禮·고을 유생이 모여 향약을 읽고 술을 마시며 잔치하는 일) 등을 가르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시는 체험관을 완성하면 관광객이나 시민이 전통 조리서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맛보며 한식과 종가음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운잡방에 나오는 방식대로 술이나 식초 등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관광상품도 개발해 체험관 활성화 방안도 찾는다.
안동시 관계자는 "500년 된 최고 조리서인 수운잡방에 소개된 종가음식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체험관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2015년과 지난해 서울 신라호텔에서 수운잡방에 나오는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2차례 열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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