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컬링 3회 연속 총괄하는 아이스 테크니션 한스 우스리히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종목에서 가장 얼음에 민감한 종목은 컬링이다.
단순히 얼음 위에서 달리거나 점프하는 게 아니라 섬세하게 얼음을 닦아내며 스톤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동계 스포츠 최대 이벤트인 동계 올림픽에서 3번 연속으로 컬링 얼음을 책임지는 세계 최고 권위자가 있다.
국제 아이스 테크니션인 한스 우스리히(캐나다)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그는 '컬링 대국' 캐나다에 이민하면서 컬링 선수로도 뛰다가 아이스메이킹을 전문적으로 배웠고, 40년 후인 현재 이 분야 세계 최고로 받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그리고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까지 3회 연속으로 올림픽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총괄을 맡았다.
지난 1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전국휠체어컬링 오픈대회(12월 13∼17일)를 준비하는 중에 만난 우스리히는 "올림픽이 아무 문제 없이 끝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완벽한 준비를 해도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갑자기 많은 비가 와서 컬링장 냉동시스템 전원이 잠시 꺼지는 돌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수 분만 지연돼도 관중과 전 세계 시청자가 모두 기다리고 다음 경기 시간과 방송 중계 프로그램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문제였다"고 우스리히는 돌아봤다.
특히 컬링은 실내 온도 12℃, 얼음 온도 -4℃, 35%의 습도, 32∼33㎜의 얼음 두께 등 최적의 조건을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이 유지해야 한다.
컬링 경기는 유난히 길고, 경기 수도 많다. 선수들은 한 경기가 열리는 2∼3시간 내내 바삭바삭한 얼음 위에서 경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른 아침에 경기하는 팀이든 밤늦게 경기하는 팀이든 똑같은 얼음 상태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은 올림픽 기간에는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경기장을 지켜야 한다.
한국 팀이 경기할 때 갑자기 관중 수가 몰리더라도 경기 조건이 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스리히는 컬링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그는 경기장 상황을 컴퓨터로 실시간 감시·통제하는 무선 얼음 모니터링 시스템(ice on the ice)도 발명했다.
이 장치는 밴쿠버·소치 올림픽 때 컬링을 비롯한 모든 빙상 경기장에서 쓰였고, 이번 평창에서도 활용된다.
우스리히는 "대회 기간 내내 추운 경기장을 지키는 것은 힘든 일이다"라면서도 "좋은 음식을 먹으면 된다. 한국에서도 여러 음식을 먹었는데 가끔은 매워서 눈물이 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평창올림픽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테스트이벤트 기간에는 바닥의 콘크리트가 6㎝ 이상 크게 기울어져 있어 문제였지만, 지금은 정상 범위(5㎜ 내)로 평평하게 재시공해 "완벽하다.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이 된 비결을 묻자 "컬링을 정말 좋아하고, 100%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발했다.
"컬링이 곧 나의 삶(Curling is my life)"이라던 우스리히는 사실 세 가지 명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에는 조경 사업으로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한다는 것이다. 또 꽃과 나무 등 조경에 필요한 식물을 길러서 파는 묘목 사업도 겸하고 있다.
우스리히는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경기장을 아름다운 컬링장으로 만들고, 여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새집을 아름답게 꾸민다"며 흙과 얼음 중 어디에서 일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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