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면 어떡하나' 농민들 연일 시름…밤낮없는 방역현장도 고충
(영암=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오리도 사람도 더는 이렇게 못살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듭니다."
28일 전남 영암군 덕진면에서 육용오리 2만여 마리를 키우는 김모(38)씨는 보름 가까이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김씨 농장으로부터 약 8㎞ 떨어진 종오리 사육 농가에서는 지난 26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예방적 살처분은 다행히 비켜갔지만, 이동제한 조처로 묶인 발과 연일 이어지는 방역당국 검사시료 채취, 소독약마저 얼려버린 매서운 한파에 김씨는 다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농민들을 옥죄는 가장 큰 족쇄는 '우리 농장도 뚫리면 어떡하나'라는 심적 압박이다.
김씨는 오리를 키우는 이웃들과 AI자율방재단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날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방문이 예정된 데다 소독약까지 얼어붙어 일손을 놓은 채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지자체 방역인력이 겪는 고충도 자식처럼 키운 오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농민과 매한가지다.
거점소독시설 운영, 약품 관리, 농가 방문과 점검, 방역 예찰, 점검 회의, 대책 수립, 정부 지시사항 이행 등 현장 공무원에게 주어진 임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나주와 더불어 전국 오리사육량 1·2위를 다투는 영암은 지난 10월 1일 AI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들어가 평일과 휴일 구분이 없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이달 10일부터 영암지역 농가 3곳을 잇달아 파고들며 이러한 노고를 비웃는다.
이일종 영암군 가축방역팀장은 "영하권 추위와 밤낮없는 업무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며 "상황이 내년 4월까지는 이어질 것 같은데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고병원성 AI 확진이 전남과 전북지역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고병원성 확진을 받은 가금류 농가는 전남 영암 3곳을 비롯해 전북 고창, 정읍 각 1곳 등 모두 5곳이다.
27일에는 전남 고흥 한 농가에서 또 의심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오리 3만6천 마리를 살처분하고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분석 중이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검출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6건이며, 전남 해남 등 곳곳에서 계속 야생조류 AI 신규 검출 소식이 들리고 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