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항공, NBA 선수 '담요 도둑' 취급했다가 사과

입력 2017-12-28 12:50  

아메리칸항공, NBA 선수 '담요 도둑' 취급했다가 사과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이 미 프로농구(NBA) 하위리그에 속한 흑인 선수들을 '담요 도둑'으로 몰았다가 공개사과하는 소동을 빚었다.
NBA 멤피스 그리즐리스 산하 G리그(멤피스 허슬) 소속 마퀴스 티그(24)와 트라슨 버렐(25)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텍사스 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로 가는 아메리칸항공 계열 엔보이항공에 탑승했다가 강제 하차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제의 발단은 일등석에 비치된 담요였다.
27일(현지시간) 스포츠전문 ESPN과 시카고 선타임스 등에 따르면 일반석 탑승객인 티그와 버렐은 일등석 탑승객 2명으로부터 담요를 건네받았다.
그러나 승무원은 이들이 일등석에서 담요를 몰래 빼낸 것으로 오해하고 언쟁을 벌인 끝에 기내에서 퇴거시켰다.
멤피스 허슬의 코치 다넬 라자르는 트위터에 "승무원의 첫마디는 '너희, 그것 훔쳤니?'였다. 사실부터 확인하고 나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승무원이 '젊은 흑인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칸항공 대변인은 "고객에게 실망을 안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메리칸항공과 엔보이항공은 사건 경위를 검토 중이며, 결과를 곧 해당 승객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티그와 버렐이 결국 일등석으로 목적지까지 갔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 '전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지난 10월 "흑인 탑승객들이 아메리칸항공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보고가 지난 수개월에 걸쳐 여러 건 보고됐다. 기업문화에 인종 편견이 깃들어 있거나 조직이 인종차별에 무감각할 수 있다"며 흑인 여행자들의 아메리칸항공 이용을 만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글러스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탑승객들로부터 접수된 불만 내용을 검토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특별팀을 구성하는 한편 12만 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무의식적 편견과 인종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이후 한 달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멤피스 허슬의 가드인 티그는 켄터키대학 1학년을 마치고 2012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시카고 불스에 지명돼 2년간 뛰었다. 포워드인 버렐은 멤피스대학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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