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붕 움푹 찌그려져…현장 곳곳엔 유리창 파편 흩어져
"차 안 승객 넘어지고 정신없어…다시 버스타기 겁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대형 크레인 구조물이 무너진 사고 현장의 시내버스는 처참한 사고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크레인의 팔 역할을 하는 기다란 '붐대'는 8차선 도로변의 철거 공사 현장에서 부러지면서 버스 중앙차로에 정차돼 있던 버스의 중간 뒷부분을 내리쳤다. 말그대로 '날벼락'을 맞은 버스는 지붕부터 유리창까지 종이상자처럼 움푹 찌그러졌다.
버스 주변에는 깨진 유리창이 흩어져 있었고 경찰은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사고 발생 시각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화장품 업체 건물 철거현장에서 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지며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총 15명이 다쳤다. 대형 크레인이 굴착기를 들어 올려 건물 5층 옥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크레인 붐대는 건설현장의 안전펜스에 부딪힌 뒤 엿가락처럼 휘어 버스 중앙부 지붕을 강타했다. 크레인으로 옮기려던 굴착기도 도로 한가운데 떨어졌다. 김포공항 방면 도로 1차로에 떨어진 굴착기 주변에는 흙과 차체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굴착기가 버스 위나 정류장으로 떨어졌다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었던 A(17)양은 "정류장에 막 정차해서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갑자기 버스가 흔들렸다"며 "사람들이 다 넘어지고 유리 파편이 튀어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양은 "내 앞에 있던 사람은 넘어졌고 또 다른 승객은 쓰러져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면서 "버스에서 나오기 급급했는데 다시 버스 타는 게 무섭다"고 울먹였다.
미처 사고 수습이 안 된 사고현장에는 시민들이 나와 사진을 찍거나 '아침 댓바람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저게 왜 넘어가'라며 수군대는 모습도 보였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김 모(36) 씨는 "도로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굴착기가 떨어지고 크레인이 쓰러졌다"며 "버스에서 충격을 받은 승객들이 허겁지겁 내리는 모습을 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가게 상인 김의원(72) 씨는 "인근 복권방에서 앉아있다가 '우지직 쿵'하는 굉음을 들었다"며 "처음에는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나와서 보니 크레인이 버스를 덮쳤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잇단 안전사고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 김동섭(63) 씨는 "공사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일에만 급급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겠냐"면서 "공사장 인근을 돌아다닐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애(64·여) 씨는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하는데 안전펜스가 너무 허술해 보인다"며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또 어딨냐"며 안타까워했다.
크레인 해체·수습이 늦어져 사고현장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등촌역에서 강서구청 입구 방향 공항대로 약 300m 차로가 통제돼 반대편 1개 차로를 이용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사고현장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크레인이 놓인 지반이 경사지고 약해 인양을 자칫 서두르다간 2차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지반 보강 작업을 마친 뒤 인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관리자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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