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정부와 억류자-소아환자 맞교환 합의"…구호단체 "추가 이송 절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수년째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봉쇄된 반군 장악지역에서 응급 소아 환자 이송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이 자칫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서 협상 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얀 에겔란 유엔 시리아 인권 고문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군이 장악 중인 시리아 동(東)구타에 억류된 공무원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 지역 응급 소아 환자들이 수도 다마스쿠스의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리안아메리칸의학회(SAMS)는 동구타 지역의 응급 소아 환자 4명이 지난 26일 치료를 위해 다마스쿠스로 이송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12명이 이송됐다고 밝혔다.
앞서 시리아 정부는 동구타 내 응급 소아 환자들의 이송 치료를 승인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고 29명에 대한 응급 의료 이송을 승인했다.
28일에도 29명 중 나머지 13명이 동구타 밖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앞서 동구타를 장악한 반군 '자이시 알이슬람'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시리아 정부가 억류자 29명과 동구타 소아 환자 29명을 교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겔란 고문은 "만약 소아 환자들을 억류된 인질과 교환하기로 한 것이라면 주도권 다툼에서 아이들이 협상 카드로 전락했다는 의미인 만큼 올바른 합의가 아니다"라며 "그들(아이들)에게는 이송될 권리가 있고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송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 소아 환자 29명은 일단 동구타 밖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겠지만, 시리아 정부군이 4년째 봉쇄하고 있는 이곳에는 현재 40만명이 거주 중이며 공습 사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환자가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유엔은 그동안 시리아 정부에 암 투병 중인 어린이를 포함해 약 500명의 환자 이송을 허용하라고 요구해왔다.
SAMS 소속 의사 모하마드 카툽은 환자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바람에 이송 우선순위 환자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카툽은 "(첫 응급 이송 대상) 목록에 있는 29명 중 마지막 환자는 소녀였는데 오늘 아침 담당자가 소녀의 부모에게 연락해 이송이 허용됐다고 알렸더니 그들은 '우리 딸이 며칠 전에 이미 죽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겔란 고문은 동구타 내에는 의료시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시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많은 병원이 양측의 공습을 받았고 의사와 간호사 수백명이 죽거나 다쳐 동구타 주민 40여만명을 위해 남은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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