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다른 조공외교…트럼프역·트럼프거리·트럼프공원

입력 2017-12-28 16:08  

이스라엘 남다른 조공외교…트럼프역·트럼프거리·트럼프공원
트럼프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언에 '감사표시' 잇따라
정가 연쇄반응…누가 더 트럼프 성향인지 정치인 선명성 경쟁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 간 깊어지는 밀월관계가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태도에서 뚜렷하게 노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자 이스라엘에서는 새로 짓는 역과 공원에 '트럼프' 이름을 붙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구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Yisrael Katz) 이스라엘 교통장관 겸 정보장관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올드 시티)에 세워질 고속철도 역의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 '트럼프역'으로 명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고속철도 종착역은 예루살렘 서북부 초입인 비냐에이 하우마 역으로 예정돼 있다.
카츠 장관은 이를 예루살렘 도심 지하를 관통하는 터널로 이어 '통곡의 벽'까지 연장하고 새로 세워질 역 두 곳 중 한 곳을 '트럼프역'으로 명명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집권당인 리쿠드당 소속의 카츠 장관은 요르단 강 서안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강경 우파 정치인으로 이스라엘 총리 자리를 노리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카츠 장관은 '트럼프역' 명명 이유에 대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이고 용감한 결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츠 장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발언 이후 이스라엘 지방도시 등에서도 '트럼프 이름 붙이기' 현상이 퍼지고 있다.
예루살렘 구의원인 아리에 킹은 구시가지의 무슬림 지역으로 이어지는 '살라딘 거리'를 '트럼프 거리'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스라엘 북쪽 지역의 키르얏 얌(Kiryat Yam)의 시장인 데이빗 이븐 추르는 새 공원의 이름을 '트럼프 공원'으로 명명하는 계획을 세운 뒤 내년 4월 개장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슈켈론시는 영국이 1917년 서구 열강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공식 지지했던 '밸푸어 선언'을 빗대어 시내 한 도로를 '트럼프 선언 거리'로 부르는 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에 대한 이 같은 칭송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행이자 선명성 경쟁으로 번지는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의 아랍계 연합정당 대표인 아흐마드 티비는 "카츠 장관의 제안은 트럼프 선언의 연쇄반응"이라며 "예루살렘 문제에서 누가 더 극단적인지를 두고 장관들 사이에서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카츠 장관의 한 보좌관도 "결국 카츠 장관도 총리가 되고 싶은 한 명의 고위 정치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마운 일을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찬양 행렬이 트럼프의 외교 기조에 반발하는 많은 국제사회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역'이라는 이름은 물론 지하화를 통한 고속철도 연장 자체는 국제적 비난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적개심까지 자극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동예루살렘과 구시가지 지역의 이스라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랍인 출신 이스라엘 국회의원인 자말 자할카는 뉴욕타임스에 "고속철도를 구시가지까지 연장하려는 계획은 동예루살렘의 현재 지위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역' 명명 시도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인들 입장에서는 역겨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도 카츠 장관의 아이디어는 조롱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왜 역 이름에만 트럼프 이름을 붙이는가? 이번 기회에 '통곡의 벽'을 '트럼프 벽'으로, 기도하는 장소는 '이방카 광장'으로 부르자"며 카츠 장관의 아이디어를 비꼬았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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