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항소심서 상고 적법성 판단" 제안…朴 "국민과 소통해야 신뢰 얻어"
후임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임명동의안, 29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내달 1일 퇴임하는 김용덕(60·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29일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원 상고심 사건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2심 재판부가 상고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는 새로운 유형의 상고심 방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 2층 로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상고사건의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소송절차 개선 방안을 한 가지 제안하겠다"며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김 대법관에 따르면 새로운 상고심 방안은 기존처럼 대법원이 상고의 적법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결정한다.
그는 "상고이유서를 상고장 제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원심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본안 전의 심사 절차를 처리하도록 한 후 본안 심리에 적합한 상고 사건만 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한다면 대법원은 사건을 받는 즉시 본안 심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이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항소심 재판부에 맡겨 상고의 적법성 판단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법관은 "본안 전의 심사 절차와 기간이 단축되고 또 그 심사에 들던 대법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당면한 문제점을 상당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상고심 담당 법원을 구조적으로 개편하는 방안 못지않게,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재판절차의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바람직한 법관의 자세와 사법부의 역할, 균형잡힌 판결도 당부했다.
그는 "사법의 신뢰는 재판에 있으며, 재판에 대한 신뢰는 그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서 비롯된다"며 "법관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눈과 귀를 열어 두어 균형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헌법적 소임을 부여받은 법관으로서 공적 책임에 걸맞은 품행과 헌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법관들은 높고 끝이 날카로운 첨탑 위에 얹혀 있는 얇은 유리판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리판이 균형을 잃어 기울거나 양극단으로 치달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깨진다면 대법원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사법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 사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뒤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대법원 재판을 보좌하고 연구하는 수석재판연구관을 5년간 지내는 등 법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통상 수석재판연구관 근무 기간은 1∼2년이다.
한편 이날 김 대법관과 함께 대법관에 임명된 박보영(56·연수원 16기) 대법관도 퇴임식을 가졌다. 여성·소수자를 위해 노력해온 이력으로 주목받았던 박 대법관도 내달 1일 퇴임한다.
박 대법관은 "법원과 국민 간의 끊임없는 소통 노력을 통해서 법원의 임무와 법원 구성원의 헌신적 노력, 재판과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어야 비로소 법원이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밝히는 것을 주된 책무로 하는데 밀려드는 사건으로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과 박 대법관의 임기는 다음 달 1일 종료된다. 후임 대법관으로 안철상(60·연수원 15기) 전 대전지방법원장과 민유숙(52·18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제청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