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인근 농가 3년간 3차례 AI 피해
5㎞ 떨어진 저수지에 고니, 가창오리 '끼룩끼룩'…철새 감염통로 우려
(나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우리 마음이 어떻겠소"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예방주사 맞은 팔을 걷어 올리며 몰려든 취재진에 한탄을 쏟아냈던 농장주는 2년 연속 AI 감염에 낙심했는지 올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9일 오전 전남 나주시 소재 종오리 농가에 대한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결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12개 오리 사육동에서 2만3천여마리의 오리를 기르는 이 농장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다시 AI 날벼락을 맞았다.
2014년에 한 차례 더 AI에 감염됐던 이력까지 더하면 모두 3번째다.
인접한 영암과 전북에서 잇따라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가 나와 진행된 지난 12일, 22일 두 차례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와 한시름 놓았던 터라 그 충격이 더했다.
농장주는 28일 오후 5시께 오리가 사료를 잘 먹지 않고 푸른 똥을 싸고 폐사하는 등 AI 의심증상이 나타나자 나주시에 의심 신고했다.
H5형 AI 바이러스 검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오자 마자 방역 당국과 살처분 인력들이 농장으로 몰려왔다.
해당 농장은 입구에서부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고, 살처분 인력들은 오리 사육동에 들어가 대형 비닐 안에 오리들을 몰아넣고 가스로 안락사했다.
안락사한 오리들은 트럭에 실려 지난해 살처분된 오리처럼 땅속에 묻혔다.
방역 당국은 이 농가와 함께 500m 이내에 있는 2개 농가에서 오리 등 가금류 17만여마리를 살처분한다.
나주 오리 농가의 AI 발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성이 크다.
전남 도내 오리 사육은 260농가에서 393만4천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나주는 그 중 54농가에서 81만4천마리로 최대 사육지다.
나주 인근 영암에서 잇따라 AI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지자체와 방역 당국은 AI 확산저지에 매진했지만, 속절없이 뚫려버린 결과에 허탈한 분위기마저 읽힌다.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감염경로는 주변 철새도래지다.
해당 농가 5㎞ 인근에는 고니, 가창·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도래지인 우습제가 있다.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 날도 약 43만㎡에 달하는 우습제에는 겨울철 시들해진 홍련 사이로 수백 마리의 고니와 가창오리 등이 날아들고 날아가며 겨울을 나고 있다.
우습제 탐방로 출입문은 아예 나무판자로 못질하고 출입 통제선이 겹겹이 처지는 등 철저하게 출입이 막혔지만, 하늘로 날아다니는 철새의 분변은 우습제 주변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전남도는 최대 오리산지인 나주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되면급격한 확산이 우려된다"며"방역 지역 내 농가에 대해서는 예찰을 강화하는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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