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보름간 126건 출동…신고 늦을수록 제거 어려워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달 18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의 15층짜리 아파트 14층.
지상 40여m 높이 난간에 로프를 맨 전기조 김포소방서 양촌119안전센터 팀장이 아파트 외벽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 외벽에는 13층 베란다에 생긴 고드름이 2층까지 이어져 거대한 빙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14층 주민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베란다 수도관이 터져 누수가 창문 밖으로 흐른 탓이다.
외줄에 의지한 채 고드름에 접근한 전 팀장은 도끼와 멀티툴(맥가이버칼 형태의 소방장비)을 이용해 조심스레 얼음을 깨며 내려왔다.
영하권의 추위 속에서 그가 고공에 매달린 시간은 2시간여에 달한다.
전 팀장은 "올해로 소방관 경력 20년 차지만 추운 겨울 고공에 오르는 건 언제나 긴장되고 두렵다"라며 "해가 갈수록 고층건물도 늘어 고드름 제거작업도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달 20일에는 경기도 이천시 증포동의 4층짜리 상가건물 꼭대기에 대형 고드름이 생겨 소방대원들이 고가사다리를 펴고 1시간 동안 제거작업을 벌였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그나마 발견과 신고가 빨리 되면 그만큼 제거도 쉬운 편"이라며 "고드름이 장기간 방치돼 단단하게 얼 경우 도끼로 내리쳐도 쉽게 깨지지 않아 제거에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에 대형 고드름이 건물 곳곳에 생겨나면서 소방대원들이 제거작업에 진땀을 빼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내 거대 고드름이 발생해 소방관들이 제거작업을 벌인 횟수는 126건에 달한다.
고드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굳어져 제거가 어려운 데다 낙하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소방당국은 고드름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고드름 발생의 원인이 되는 동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한파특보 발령 시 수도관 보온조치를 단단히 하고, 장기간 외출할 때는 수도 밸브를 잠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 관계자는 "고드름이 오래 방치돼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 점점 무게가 아래쪽으로 쏠리며 낙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건물 지붕 빗물받이 등에 새는 곳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고드름이 보이면 즉시 신고하되, 무리하게 직접 제거하려다간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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