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신년인터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입력 2018-01-02 08:00  

[증권가 신년인터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카카오뱅크-한투증권 협업으로 시너지 낼 것"
"작년은 목표 120% 달성…올해는 작년보다 더"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작년엔 목표의 120%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목표요? 작년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겁니다."
한국투자증권을 올해 증권업계의 주인공으로 만든 유상호(58) 사장이 작년 한 해 성과에 조심스러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를 앞세워 작년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유 사장은 2일 한투증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시장 여건이 좋아 작년 목표치의 120%를 달성했다"며 "어떤 부분은 미진했지만, 또 어떤 부분은 목표를 초과 달성해서 전반적으로 목표치 이상을 해냈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올해 목표로는 "작년보다 실적을 대폭 신장하는 것"을 제시했다.
유 사장은 "명확한 숫자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고객에게 더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 발행어음, 인수금융 등을 토대로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계열사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년에는 카카오뱅크가 새롭게 출발하는 해여서 협업이 어려웠지만,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올해는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의 지주사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의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래에 한투증권이 카카오·카카오뱅크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증권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유 사장이 이끄는 한투증권은 지난해 최고의 1년을 보냈다.
한투증권은 5개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아냈다. 유 사장 본인이 1호 고객으로 가입한 '퍼스트 발행어음'은 이틀 만에 5천억원어치를 완판하는 등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수익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도 이뤄냈다. 고객 자산관리를 통한 수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을 넘어섰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었는데도 개인 자산관리 등의 수익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자산 운용과 장외 파생상품의 성과도 뛰어났고, 베트남 법인의 순항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 등 해외에서도 의미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기자본 4조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5위인 한투증권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천754억원(별도 기준)으로 업계 1위다. 유상호 사장은 "2017년에는 경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을 한투증권만 인가받아서 집중적으로 부각됐지만, 사실 올해는 분야별로 고르게 3박자가 갖춰져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며 "완벽한 한 해라고 하기에는 아직 성에 차지 않지만, 업계 내에서 우리가 가장 좋은 평점을 받아도 될 정도였다"고 자부했다.



이런 실적 덕에 증권업계에서는 유 사장의 전무후무한 '11연임 대기록'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유 사장은 47살이던 2007년,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투증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작년까지 10번을 연임했다. 금융업계 최장수 CEO다. '직업이 CEO'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또' 연임이 결정될 거라는 데에 회사 안팎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직업 CEO'에게도 고충은 있다. 유 사장은 "비즈니스가 커지고 복잡해졌다. 만나야 할 상대도 많아지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토로했다.
주말에도 약속이 이어져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때 가진 휴식이 거의 3년 만의 '제대로 된' 휴식이었다고 유 사장은 돌아봤다.
그는 "오너십이 있는 회사의 CEO 자리는 내가 더 하고 싶든, 떠나고 싶든, 내 의지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만 언젠가 떠날 때가 온다면 회사가 좋은 모습일 때, 내가 건강하게 노년의 휴식을 누릴 수 있을 때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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