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마음 전하겠다"…'통석의 념' 발언 일왕이 주도했다

입력 2017-12-30 10:01  

"제대로 마음 전하겠다"…'통석의 념' 발언 일왕이 주도했다
1994년 노태우 방일시, 일본 정부 "총리사과로 충분" 방침서 입장 선회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2019년 4월말 퇴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1990년 한일간 과거사에 대해 밝힌 '통석(痛惜)의 념(念)'이라는 메시지는 일왕의 의지를 담아 일본 정부가 마련한 표현이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0일 전했다.
신문은 당시 총리였던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소개했다.
'몹시 애석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뜻인 '통석의 념'이란 표현은 아키히토 일왕의 부친인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이 1984년에 밝힌 '유감'보다 한단계 진전된 표현으로 당시 한국 정부는 받아들였다.
신문에 따르면 이 표현은 일본을 공식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초청해 열린 궁중 만찬회에서 나왔다.
방문에 앞서 한국측은 과거사에 대해 6년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공식 방문 당시 히로히토 일왕이 밝힌 '양국 간에 불행한 과거가 존재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란 표현보다 진전된 내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인 자민당을 중심으로 "(과거사와 관련된 일왕의 발언은) 정치적 이해와 관련되는 문제다. 일왕의 발언을 빌려서(사과해서)는 안된다"는 등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5월 24일 만찬회에서 "우리나라에 의해 야기된 불행한 시기에, 귀국의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나는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전 나루히토 일왕의 표현이 '누구의 책임인지가 불분명하다'고 비판받았던 데 비해 일본의 책임이 보다 명확히 들어간 것으로 당시 한국 정부는 평가했다.
가이후 전 총리에 따르면 당초 일본 정부는 일왕의 정치 행위를 금한 헌법 규정에 근거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총리가 사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왕이 역사문제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국측의 일왕 사과 요구와 함께 일왕이 궁내청을 통해 "과거 역사에 대해 제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사를 전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문구를 정부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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