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건물로 단절된 한양도성, '바닥 흔적'으로 잇다

입력 2018-01-01 11:15  

도로·건물로 단절된 한양도성, '바닥 흔적'으로 잇다
총 18.6km 중 72% 원형 가깝게 정비…나머지 구간 306곳에 동판·페인팅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훼손된 한양도성이 바닥 '흔적'으로 연결됐다.
서울시는 남산순환로 등 도로로 단절된 한양도성 구간 6곳(130m)에 과거 한양도성이 지나간 길을 따라 바닥 페인팅 표시를 마쳤다고 1일 밝혔다.
흥인지문 주변 등 건물이 가로막고 있어 바닥에 흔적을 표시할 수 없는 곳에는 성곽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판 300개를 설치했다.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세워져 대한제국 고종 황제 때까지 제 모습을 지키던 한양도성은 1900년 즈음부터 속절없이 헐려 나가기 시작했다.
1899년 도성 안팎을 연결하는 전차가 개통되면서 가장 먼저 성문이 제 기능을 잃었다. 1908년엔 일본 왕세자 방문을 앞두고 길을 넓히려고 숭례문 좌우 성벽이 철거됐다. 이후 산성을 제외한 평지 성곽 대부분이 사라졌다.
해방 이후엔 주택과 도로를 지으며 성벽을 훼손하는 일이 잦았다.
한때 총 18.6km 구간 중 10.5km만 남았었으나 근래 꾸준한 복원 작업을 통해 13.4km(전체구간의 72%)가 원형에 가깝게 정비됐다.


학계와 문화재 전문가들은 옛 모습을 완전히 고증하기 어려운 한양도성 단절구간의 성벽을 무리하게 복원한다면, 문화재의 진정성이 훼손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단절구간에 성곽을 세우지 않고 바닥 흔적을 표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남산 N서울타워 버스정류소 앞과 인왕산 순성안내 쉼터, 숭례문 성벽∼상공회의소 구간 등에 한양도성이 지났던 길을 보여주는 바닥 흔적이 생겼다.
건물이 들어서 바닥 흔적을 표시할 수 없는 곳에는 한양도성 지도를 형상화한 동판을 설치했다. 돈의문터∼러시아대사관, 반얀트리호텔∼장충체육관 앞, 창의문∼윤동주문학관 등 주요 갈림길에 동판을 놓아 관람객들이 도성의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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