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콴·리핀스키… 세계 피겨 주름잡던 미국, 약체로 전락
'공장식 훈련 시스템' 가동한 러시아에 밀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은 2000년대까지 동계스포츠의 '꽃'인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의 최강국이었다.
미셸 콴(37)이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5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피겨계를 이끌었고, 타라 리핀스키(35)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미셸 콴을 누르고 우승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선 사라 휴즈(32)가 금메달, 미셸 콴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고전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샤샤 코헨의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단 한 명도 포디움에 서지 못했다.
미국 유력 언론 뉴욕 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피겨 여자 선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 피겨 여자 싱글 종목의 부진을 분석했다.
이 매체는 "미국 피겨 여자 싱글은 최근 한국과 일본, 러시아에 밀려 올림픽 무대에서 부진했다"라며 "애슐리 와그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수를 꼽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미국 선수가 피겨 여자 싱글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 피겨 여자 싱글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금메달리스트 리핀스키는 "최근 피겨스케이팅은 기술력과 점프 난도가 채점 방식에서 매우 중요해졌다"며 "미국 피겨 여자 선수들은 그동안 기술보다 연기력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초점을 잘못 맞추다 보니 세계 피겨 흐름과 동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핀스키는 "피겨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스포츠이기도 하다"라며 "기술적으로 진보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와그너의 전담 코치이자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피겨 지도를 했던 라파엘 아루투냔 코치는 러시아의 특수한 훈련 환경을 설명하며 비교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선 거의 공장식으로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친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고난도 점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점프를 가점이 붙는 후반부에 몰아 뛸 수 있도록 체력 훈련에도 상당한 공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의 이런 시스템이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같은 선수를 키워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공장식 훈련 시스템'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기술과 점프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부상 위험이 커지고 선수 생명이 단명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실제로 어린 나이에 꿈을 접은 다수의 러시아 피겨 여자 선수들을 소개했다.
소트니코바는 17세의 나이로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발목 부상으로 은퇴했고, 같은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도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메드베데바도 최근 오른발목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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