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압도적 지지로 재신임 받은 것…통합의 길로 전진"
반대파 "참여율 극히 낮아…사실상 합당반대이자 안철수 불신임"
'한지붕 두가족' 극심한 내홍 예고…발표 도중 폭력 사태도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임형섭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이 31일 발표한 전당원투표 결과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 의견이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한 자신이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을 받은 것이라면서 이후 통합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반대파에서는 투표 참여율이 23.0%였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지 못한 만큼 오히려 통합에 반대하는 당심이 확인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통합 추진 중단 및 안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탈당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한지붕 두가족' 형국이 된 국민의당 내부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전화투표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및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4.6%가 통합 및 재신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통합 및 재신임 반대는 25.4%였다.
27~30일 나흘간 실시된 이번 투표에는 전체 선거인 26만437명 가운데 5만9천911명이 참여, 최종 투표율은 23.00%로 집계됐다.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이 같은 투표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로써 통합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결과를 확정했다.
전당원투표 결과 압도적 다수가 통합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재신임을 등에 업은 안 대표는 새해부터 바른정당과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안 대표는 투표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서 "국민의당 당원 여러분께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 약 6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4만5천여 분이 통합에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 준 것"이라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통합의길로 전진하겠다"며 중도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착수하면 새해 벽두부터 정국은 정계개편의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지도부는 내년 1월 통합 절차를 밟아 2월에 마무리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일정이 더 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한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는 이번 투표율이 전체 당원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분당 가능성을 포함한 극심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투표결과 발표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 대표에 반발해 탈당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의당을 살리고 지켜내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안 대표를 비롯해 당 분열과 혼란, 보수 야합으로 나가는 세력이 탈당해야 한다"고 답해 탈당보다는 당내에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당장 전당대회 의장이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인 만큼 전대 개최도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퇴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이 탈당해 별도로 전당대회를 열고 창당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운동본부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은 "(그런 안이 있다고) 보도는 나왔는데, 이는 실무자가 만든 안으로 공식 논의되지 않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발표 도중 신원 미상의 남성이 당사에 난입해 선관위원장인 이동섭 의원 앞에서 단상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호남 지역 당원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안철수가 그렇게 돈이 많으냐"라며 욕설을 섞어 고성을 내질렀다.
당직자들이 이 남성을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으며, 이 남성은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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