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마지막날 새벽에 덮친 화마…4세이하 삼 남매 숨져

입력 2017-12-31 10:42   수정 2017-12-31 10:45

2017년 마지막날 새벽에 덮친 화마…4세이하 삼 남매 숨져
3남매 가족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후 긴급복지 지원받는 등 생활고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기자 = 2017년 마지막 날인 31일 새벽 광주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4세 이하 삼 남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이 검게 불탄 아파트 내부에 어지럽게 놓인 어린아이들의 신발과 장난감이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

어머니 A(22)씨는 불이 나기 전날 오후 7시 40분께 4세·2세 아들, 15개월 딸을 전남편과 함께 집에 두고 외출했다.
A씨는 지인을 만나 술을 마셨다.
A씨가 집을 나간 후 약 2시간 이후 전 남편 B(21)씨도 집을 나서 피시방으로 향했다.
이후 A씨는 만취해 31일 오전 1시 53분께 귀가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전 남편 B씨에게 전화해 "죽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최근에 이혼했지만,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9월 이혼 소송해 며칠 전인 지난 27일 법원의 협의 이혼 판결을 받았다.
A씨가 삼 남매의 양육을 맡는 대신, B씨는 매달 양육비 9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A씨가 남편에게 '죽고 싶다'고 말한 것은 별다른 직업이 없이 이혼까지 한 상태에서 삼 남매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씨 가족은 지난 1월 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다.
그러나 A씨의 친정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이후 A씨 가족은 일용직 일을 하는 남편이 다리를 다치는 등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유로 긴급생활복지지원을 한 차례 받았다.
그리고 A씨는 11월 말 또 한차례 긴급복지 지원을 신청해 12월 초 125만원 긴급복지 지원을 받았다고 북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31일 새벽 A씨가 귀가한 뒤 30여분 뒤 11층 아파트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아이들과 함께 작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씨는 불길을 발견하고 베란다로 뛰쳐나와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불이 났다'고 알렸다.
피시방에 있던 이혼한 남편은 곧장 119에 전화해 구조 요청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25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아파트 작은방 내부에서는 삼 남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양손과 발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며 구조 요청하다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귀가 후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려놓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 깜박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현장 조사결과 불은 가스레인지 주변이 아닌 아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추가 경위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A씨는 굳게 입을 닫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원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원인을 규명하고 A씨 3명의 자녀를 부검할 계획이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의 응급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하고, 현장 감식을 통해 범죄 관련성 여부를 명백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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