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적대적 세력 선동한 불법집회" 강경 대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전국 곳곳에서 28일(현지시간)부터 사흘째 이어진 빈곤과 실업 문제를 둘러싼 반정부 시위에서 2명이 숨졌다.
이란 중부 로레스탄 주(州)의 하비볼라 코자스테푸르 부지사는 31일 현지 언론에 "30일 저녁 도루드 지역에서 적대적 세력의 선동으로 많은 시민이 거리에서 불법 시위를 벌였다"면서 "불행히도 특정 세력 탓에 벌어진 충돌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사인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실탄 발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들이 시위대를 막던 혁명수비대의 발포로 숨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 측은 "군용, 사냥용 무기를 지닌 이들이 시위대에 침투해 군중과 정부 건물을 향해 무차별로 발포해 시민이 죽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30일 주프랑스 이란 대사관 인근에선 40여명이 모여 이란 정부에 시리아, 레바논 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독일 이란 대사관 앞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최근 이란 내 시위로 체포된 시민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이란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의 아프차인 알라비는 AFP에 이란에서 일어나는 시위가 정부 부패의 결과로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무직의 배고픈 계층부터 중산층까지 사회 전반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애초 시위는 실업과 물가폭등과 같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규탄했지만, 보수 기득권과 통제 중심의 통치 방식에 대한 항의로 확산하는 추세다.
쓰레기통을 태우거나 관공서의 유리창을 깨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시위도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이란 정부는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AFP는 이날 자정 전 최소한 테헤란에서만큼은 정부가 모바일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나 31일 오전 현재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또 현지 언론은 이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시징 앱 텔레그램이 곧 폐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무함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흐로미 정보통신부 장관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에게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 "텔레그램 채널이 혐오 행동과 무장봉기,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실제 시위 장소와 방법을 전파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30일 중단됐다. 이 채널은 시위대에게 화염병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암돌라흐만 라흐마니 파즐리 이란 내무장관은 31일 "공공 기물을 손괴하고 질서와 법을 어지럽히는 이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폭력과 공포를 유포하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YNAPHOTO path='PAF20171231017601003_P2.jpg' id='PAF20171231017601003' title='I' caption='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교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 중인 반정부 시위 참가 학생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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