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아침 맞아…가족들 생활 '아무도 모른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아이고 그 어린 것들 가엾어서 어떡해"
2017년 마지막 날이자 새로운 한 해 시작을 앞두고 찾아온 비극에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날 새벽 이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4세·2세 남자아이와 15개월 여자아이 등 3남매가 숨을 거뒀다.
아이들 엄마(22)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사흘 연휴 두 번째 날을 앞두고 깊은 밤을 보내던 이웃 20여 명이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행히 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안함으로 남은 밤을 보낸 이웃은 메케한 그을음 냄새가 안개처럼 내려앉은 아침을 맞으며 지난밤 세상을 떠난 어린 남매를 추모했다.
주민 B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나서야 사람이 죽은 줄 알았다"며 "그렇게 큰 불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계단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고 여자가 베란다 난간 쪽에 매달려있었던 것 같았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웃 가운데 누구도 어린 남매와 갓 스물을 넘긴 엄마가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남매 가족이 언제 이사 왔는지, 평소 동네를 오가는 모습은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날이 밝자 현장을 찾아온 구청 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이들 부모가 비정규직으로 올해 3개월 정도 맞벌이를 했다"며 "육아와 개인 사정으로 오래 일하지 못했는데 다른 기간에는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았다"며 가족 생활상을 전했다.
윤장현 광주시장,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도 휴일을 잊고 아파트를 찾아 상황 파악에 나선 공무원을 격려했다.
검은 잿더미와 화마를 피한 가재도구가 뒹군 아파트에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경찰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서 합동으로 화재 원인 조사가 시작됐다.
2시간 30분 가까이 현장을 둘러본 감식팀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인화물질 흔적은 없었다"고 간략한 설명을 남겼다.
삼 남매 엄마는 현재 경찰에서 '가스레인지 위에 라면 끓일 냄비를 올렸다', '담뱃불을 잘못 끈 거 같다' 등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증언과 화재현장에서 거둬간 잔해를 분석해 3남매 목숨을 앗아간 불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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