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개띠 해…유물과 문헌으로 조명한 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이 가고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무술년은 황색 개띠 해다.
개는 인간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개를 소재로 한 그림과 조각을 만들었고, 지금도 개에 얽힌 다양한 민담과 속담이 전해온다.
해마다 띠 동물을 주제로 특별전을 여는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고대 유물에서 개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예컨대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 벽화에는 관모를 쓰고 옷을 차려입은 남성이 말을 타고 있는데, 그 앞에 귀를 세우고 이빨을 드러낸 개가 그려져 있다. 개는 또 다른 고구려 고분인 각저총과 덕흥리 고분 벽화에서도 발견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개가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한다는 생각은 중앙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며 "개를 무덤에 그리거나 사람과 합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개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은 양면적이었다. 불길함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한편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동물로 생각하기도 했다.
개가 나타나거나 짖으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삼국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라 진평왕 때는 흰 개가 담장에 올라간 뒤 모반이 발생했고, 성덕왕 때는 개가 궁성의 누각에 올라가 사흘을 짖었더니 이듬해 왕이 세상을 떠났다. 백제 의자왕 때는 개 여러 마리가 도읍에 모습을 드러낸 뒤 나라가 멸망했다.
그러나 개는 잡귀를 물리치는 긍정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개를 묘사한 풍속화가 많았고,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제작하는 그림인 세화(歲畵)에 개를 그리기도 했다.
풍속화 중에는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푸른 오동나무 아래에서 개가 보름달을 보고 있는 도상이 많다. 이러한 그림에서 개는 '지킴이'이다. '개 술(戌)' 자는 '지킬 수(戍)'와 형태가 비슷하기도 하다.
천 관장은 "그림의 소재 중에는 흰 개와 누런 개가 특히 많다"며 "흰 개는 전염병이나 병도깨비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재난을 경고한다고 알려졌고, 누런 개는 농가에서 풍년을 상징하는 동물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는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성과 의리의 동물"이라며 "개만큼 인간에게 쓸모가 많은 동물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선조들은 개를 의인화하여 개의 형태를 오륜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개 오륜 중에는 주인에게 덤비지 않는 것, 큰 개에게 작은 개가 덤비지 않는 것 같은 행동이 있는데, 이는 개를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고 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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