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희귀동물들 잇단 수난…로드킬·독살·먹거리 신세

입력 2018-01-01 12:11   수정 2018-01-01 12:15

동남아 희귀동물들 잇단 수난…로드킬·독살·먹거리 신세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멸종위기에 처한 동남아시아의 희귀동물들이 차에 치이거나 독극물에 중독돼 폐사하는 등 처참한 죽음을 맞는 일이 잇따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일 세계자연기금(WWF) 말레이시아 지부와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작년 성탄절 전날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라왁 주의 한 시장에선 15토막이 난 태양곰(말레이곰)의 사체가 매물로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 사체는 머리 부위는 1㎏당 35링깃(약 9천200원), 이외 부위는 1㎏당 20링깃(약 5천300원)에 거래됐다.
몸길이가 1.1∼1.4m로 곰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인 태양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취약종(Vulnerable)이자 현지법상 포획이 금지됐다.
보르네오태양곰보전센터(BSBCC)의 설립자인 웡 샤오 테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오지에선 밀렵이 공공연히 이뤄지지만, 이번처럼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팔리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시장에선 멧돼지와 물사슴 등도 해체돼 팔리고 있었다면서 "성탄과 신년은 우리에겐 가족과 즐거움을 나누는 시기이지만 '이색적' 육류에 대한 수요 때문에 야생동물들에겐 불행한 시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말레이 반도 북동부에선 또다른 태양곰 한 마리와 멸종 위기종(Endangered)인 말레이맥 한 마리가 잇따라 로드킬(roadkill·동물 찻길 사고)을 당했다.
특히 클란탄 주 구아 무상 지역에서 승용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말레이맥은 주변 주민들이 가죽을 벗기고 주둥이와 살점 등을 베어가는 바람에 사체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선 정글을 뚫고 고속도로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매년 수백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 당한 사체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이다.



이에 앞서 이웃 인도네시아에서는 새끼를 밴 수마트라 코끼리가 독극물 중독으로 폐사한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현지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아체 주 오지의 한 팜유 농장에서 임신 13개월차에 접어든 25살짜리 암컷 수마트라 코끼리가 사체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국의 조사에서 주민들은 사체가 발견되기 수일 전 농장 관계자들이 코끼리가 비료를 먹어치웠다고 불평하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무나무와 팜오일 농장 개간 등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아체 주에서는 작년에만 11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사체로 발견됐고, 대다수는 사람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개체수가 2천400∼2천800마리로 추산되는 수마트라 코끼리는 '야생 상태 절멸'(Extinct in the Wild)의 바로 앞 단계인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지정돼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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