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연간 수출액은 전년보다 15.8% 증가한 5천739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수입은 4천781억 달러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수출입을 합친 무역규모는 1조520억 달러로 3년 만에 1조 달러대로 돌아왔다. 작년 우리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3.6%로 역대 최고였고, 수출액 순위도 세계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11월 17일에 누적 수출 5천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역대 '최단 기간 달성' 기록이었다. 반도체 수출은 979억4천만 달러로 사상 처음 단일 품목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에서 신기록이 쏟아진 한해였다.
우리 수출은 2011년 5천552억 달러로 처음 5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4년에는 5천726억6천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2015년 5천267억6천만 달러, 2016년 4천954억3천만 달러로 2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수출 기록이 직전 2년의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 덕을 봤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기 호전과 반도체 등 일부 주력품목의 호조가 어우러져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올해도 그런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올해 수출 목표를 작년 대비 '4% 이상 증가'로 제시했다. 1일 수출 물류 현장 점검차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올해 세계경기는 좋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요국 금리상승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일부 주력품목의 슈퍼호황에 따른 착시도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무려 57.4%나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7%에 달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9.9% 증가에 그쳤다. 이러니 반도체 착시 효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물론 13개 수출 주력품목 중 석유제품(31.7%), 석유화학(23.5%), 선박(23.6%), 철강(20.0%), 일반기계(10.2%) 등의 수출도 두자릿 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컴퓨터,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은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고, 무선통신기기(-25.5%), 가전(-22.5%), 자동차부품(-9.5%), 섬유(-0.5%) 등은 감소했다. 2015년(-8.0%), 2016년(-5.9%) 수출의 전년 대비 감소 폭을 생각하면 주력 수출 품목의 절반 이상이 아직 3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올해 수출 환경은 특히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이 진행된다. 우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와의 FTA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가 큰 변수다. 여기에다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 3고'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 호조와 수출 1등 공신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지만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수출 주력 분야의 돌발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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