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등 대선캠프·범여권 출신 인사 특임공관장 잇단 임명
여성 공관장 5명 증가해 총 7명…비외시 직원 6명 공관장 발탁
<YNAPHOTO path='AKR20180101060551014_01_i.jpg' id='AKR20180101060551014_0101' title='외교부' caption='[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4강 대사를 제외한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특임공관장(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사 중에서 특별히 임명되는 공관장)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39명의 공관장 인사를 단행한 것을 비롯해 최근 60개 재외공관장 직위 인사(내정 포함)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외교부 밖 인사를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하는 케이스였다.
이에 따라 특임공관장은 모두 26명으로 늘어나게 됐으며, 전체 재외공관장 163명 가운데 16%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지난해 초(22명)를 기준으로 4명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인사 대상으로만 따지면 특임공관장 비율은 26%에 달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임기 내에 특임공관장 비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업무·지역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했다"며 "공관장 대외개방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강 대사에 이어 이번 공관장 인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을 포함해 참여정부, 김대중(DJ)정부 출신 등 범여권 인사들이 주요국 특임공관장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이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상하이총영사에,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서 문 대통령 대선캠프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일원이었던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주인도대사에 임명됐다. 박 총영사는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자문그룹 핵심 인사로 꼽혀왔다.
아울러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주교황청대사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박금옥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주노르웨이대사로, 정범구 전 의원은 주독일대사로, 최규식 전 의원은 주헝가리대사로 각각 임명됐다.
4강 대사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범여권 출신 외부인사들이 잇따라 공관장에 임명되면서 '자리 챙겨주기,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일각의 논란도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조윤제 주미대사, 노영민 주중대사, 이수훈 주일대사, 우윤근 주러대사 등 한반도 주변 4강 대사로 비(非)외교관 출신의 정치인 또는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도운 인사들을 임명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과 비(非)외시 직원 등의 약진, 연공서열 타파 경향도 두드러졌다.
주밀라노총영사에 유혜란 국립외교원 기획부장이, 주니가타총영사에 정미애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임명되는 등 5명의 여성 공관장이 신규 보임되면서 여성 공관장은 2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비외시 직원 6명이 공관장에 발탁됐고, 업무·외국어 역량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과장급 직원이 소규모 험지 공관장으로 임명되거나 본부 국장급 직위 역임자들이 주요 공관 등 외교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반면, 북미국과 미국 근무 경력을 갖춰 이른바 '미국통'으로 평가받아온 일부 외교부 고위 관리들은 공관장 보임을 받지 못했다.
외교부는 이번 인사 전반에 대해 탄핵 정국의 여파로 교체되지 못한 공관장 직위에 대한 인사를 시행함에 따라 공관장 인사 규모가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정부 국정철학 및 정책기조에 대한 높은 이해와 확고한 실천의지,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지도력, 해당 지역·국가 언어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연공서열과 무관하게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난 정권 일부 특임공관장의 자격 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 외교부 차원에서 내정을 한 다음에 자격심사에 들어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격심사를 거쳐 내정을 함으로써 역량 검증에 신경을 더 썼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녀가 이중 국적자인 경우 인사 대상에서 배제한 이전 정부 방침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는 이중국적 자녀를 둔 공관장 후보에 대해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원천 배제했으나 강경화 장관은 이 방침에 대해 '자녀 국적 문제로 봉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 입장을 밝혔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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