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대 게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세대갈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한 문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의 통합 과제 중 하나로 세대갈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세대론을 연구해 온 사회학자인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정말 세대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는 취객과 경관의 일화로 지금의 상황을 비유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 취객과 경관이 열쇠를 찾고 있다. 여기서 열쇠를 잃어버린 게 맞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취객은 "여기가 아니라 저긴데, 저긴 가로등이 없어서 못 찾는다"고 답한다.
전상진 교수는 우리도 '세대 프레임'이라는 가로등의 강렬한 불빛에 현혹된 것은 아닌지를 되물으며 나름의 손전등으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보자고 말한다.
그는 신간 '세대 게임'(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오늘날의 세대갈등 문제를 '세대 게임'이라는 틀로 해석하며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는다.
저자가 말하는 '세대 게임'에는 게임에 참여하는 당사자와 게임을 고안하고 설계하는 '세대 플레이어'가 있다. 당사자는 게임의 승패에 관심이 있지만, 게임을 관장하는, 즉 '판을 짜는' 플레이어는 게임이 벌어지며 생기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관심이 있다.
책은 특히 '세대 플레이어'가 얻는 정치적 이익에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세대 플레이어는 '세대 프레임'을 통해 온갖 사회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바꿔버림으로써 자본이나 기업, 정치권력 같은 다른 원인에 주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세대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되면 문제의 해결책은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고 그 세대에게 벌을 가하거나 그들로 인해 손해를 입은 다른 세대에게 보상하는 식이 된다. 이기적인 기성(노년)세대가 청년의 현재를 '착취'하고 미래를 '탕진'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한 처사를 일삼는 기성(노년)세대를 벌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세대 프레임'일까. 저자는 세대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정체성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때 우리의 든든한 정체성이었던 민족이 세계화와 함께 효력이 약해지면서 세대가 그 공백을 메웠다는 것이다. 또 세대는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려운 탓에 어디에나 쉽게 갖다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는 효과적인 동원과 조작과 선동의 무기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세대 프레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짜놓은 틀을 항상 '의심하고 주저하라'고 말한다.
"나는 세대가 가진 힘, 곧 '개인들의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로서의 힘을 믿는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그렇게 세대가 중요한 만큼, 세대를 활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과 세력의 준동도 더 커지고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한 조심성으로 경계해야 한다. 세대 프레임의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곳만 보아서는 안된다.(중략) 적절히 의심하고 주저하기 위해서 세대가 커뮤니케이션 되는 방식과 그것의 전략적 측면, 곧 세대 게임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311쪽)
332쪽. 1만4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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