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결별 고심 중, 준희양 암매장 발각 우려
부부 거짓 신고에 수색 등에 3천여명 인력 낭비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와 내연녀가 거짓 실종신고를 한 경위가 드러났다.
2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준희양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는 지난달 8일 아중지구대를 찾아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이씨는 "전주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준희를 돌봤는데 11월 18일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실종 20일 만에 신고를 한 이유를 묻자 이씨는 "완주에서 함께 사는 고씨와 심하게 다퉈 친정어머니한테 나를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전주 집에 오니까 준희가 없었다. 친아버지가 데리고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씨도 "당연히 이씨 어머니 집에 준희가 있을 줄 알았다. 실종은 생각도 못 했다"며 이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친부 고씨는 이 자리에서 '딸을 찾아달라'며 고성을 지르는 등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잘 짜인 각본에 의한 연기에 불과했다.
준희양은 이미 4월 26일 숨졌고 이튿날 친부 고씨와 이씨 어머니 김모(62)씨에 의해 군산 한 야산에 암매장된 뒤였다.
11월 말부터 내연녀와 결별을 마음먹은 고씨는 이혼 소송 중인 준희양 생모가 딸의 소재를 물어볼 것이 걱정됐다.
고씨는 이씨에게 "지금까지는 준희가 전주 집에 있는 것으로 해뒀는데 우리가 헤어지면 분명 준희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며 거짓 실종신고를 제안했다.
준희양 시신 유기에 가담한 이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고씨와 함께 경찰을 찾아 실종 경위를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거짓 신고에 따라 실종경보를 발령하고 수색 인력 3천여명을 투입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경찰은 이씨와 고씨가 지구대에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실종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미뤄 이들이 사전에 연기 연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양 친부는 딸을 암매장한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려워 내연녀와 함께 거짓 실종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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