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년사, 남북관계 개선·한반도 긴장 완화 청신호 되길"
'文정부 대북기조 작동' 평가…"대화 필요성 강조 노력이 물꼬 터"
여권 대북접촉 노력도 평가…"대미 강경메시지 유념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참가시킬 용의가 있다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향후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북한의 핵 도발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의 대화 창구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과 함께 '제재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여전히 대미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환영하면서 남북대화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 원내대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함께 한다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가능성이 커지게 되면서 남북 주도로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적 해결의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다"며 "정부·여당은 긴밀한 협력 아래 모처럼 날아온 북한의 메시지가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도록 남북 간의 조속한 대화 성사 등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대변인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북한 신년사를 환영하며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의 청신호가 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만큼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를 통해 남북 실무접촉, 당국자 회담, 고위급 회담 등 진행에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에 강한 대북 제재를 강조한 보수야당의 공세에 맞서 '압박과 대화' 기조를 일관되게 고수해 온 만큼 북한의 이번 평창올림픽 참가 카드가 성사만 된다면 남북대화 재개는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평화올림픽 의지를 내비친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춰 여권 인사들이 지난달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난 것이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를 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과 박정 의원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과 함께 지난달 19∼22일 중국 쿤밍(昆明)에서 개최된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의 문웅 단장을 만났다.
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공식 오찬에서 평창선수단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북측이 확답은 안 했지만, 분위기상으로는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며 "평창올림픽에 참가해달라고 했을 때 북한 쪽에서 '그런 얘기는 그만하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탁구 교류도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에 앞서 최문순 강원지사도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문 단장을 만나 평창행을 타진했다.
최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 신년사 이후) 정부 차원에서 좀 높은 차원의 접촉이 진행될 수도 있고,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접촉을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북측과의 이번 접촉에서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북한 응원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내려온 전례가 있는 만큼 응원단 파견 등이 결정될 경우 크루즈선을 띄우는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사들의 노력이 북한의 평창행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대북문제의 해법을 푸는 데 당이 너무 앞서나가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남북 접촉들이 김정은한테까지 보고가 안 됐다고 들었다"면서 "제재 속에서도 꾸준히 줄기차게 남북대화의 필요성 강조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가랑비에 옷 젖듯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서는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해빙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해선 안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남북관계의 틀이 남북 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 관계와 한미동맹도 있어서 그것들과 함께 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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