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출간…12일 '엘레나 페란테 문학의 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 열병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편 '읽어버린 아이 이야기'(한길사)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을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에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680쪽 분량의 '벽돌' 두께는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끝나지 않을 듯했던 이 파란만장한 드라마와 마침내 이별해야 한다는 헛헛함과 아쉬움, 흥분이 빠져나갔을 때의 상실감 같은 감정들이 남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문학의 저변이 아직 넓지 않은 편이어서 2016년 이 시리즈의 첫 편인 '나의 눈부신 친구'가 번역돼 나왔을 때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을 손에 잡은 독자라면 금세 이 작품에 빠져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ferrante fever'(페란테 열병)란 말이 SNS상에서 뜨겁게 번진 이유를 한국 독자들도 실감하게 된 것이다.
미국 타임지는 "격렬한 분노와 열정이 지속되는 걸작이다. 이 눈부신 소설은 이탈리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체제를 미묘하게 전복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아마존 편집장 사라 넬슨은 "미국 여성에게 페란테의 존재는 마치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정도의 존재다"라고 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페란테는 마약 같다. 단어, 메타포, 그리고 외설적인 묘사까지. 모든 것은 마치 피부에 스며드는 듯 자연스럽다"고 썼다.
한국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이번에 나온 4권은 인터넷 예약판매에서만 2천 부가 팔려나갔고, 출판사 측은 1권 출간 이후 "다음 편은 언제 나오느냐"는 독촉 전화를 줄기차게 받아왔다.
이 소설은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성 '릴라'와 '레누'의 생애와 우정을 그린다. 4권으로 묶이긴 했지만, 2천40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7∼8권으로 나뉠 수도 있는 대하소설이다. 이렇게 긴 분량의 이야기인데도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게 된다. 숨 막히는 서사와 불꽃 같은 문장들 덕분이다.
두 여성의 유년기에서 사춘기, 청년기까지 숨 가쁘게 다다른 1∼3권에 이어 4권은 중년기와 노년까지 마무리된다.
특히 3권 말미에서 주인공이자 화자인 레누가 결혼 생활을 끝내고 진짜 사랑을 선택해 떠나는 장면으로 끝나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는데, 4권에서는 역시 또 다른 풍파가 펼쳐진다. 또 너무나도 비범하고 매력적이지만 늘 불행할 수밖에 없어 독자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릴라는 4권에서 잠시 안정되고 빛나는 날들을 맞는 듯하다가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지독한 운명에 휩쓸려 독자들을 다시 비탄에 빠뜨린다.
작가는 이 마지막 편에서 나폴리의 역사에 관해 더욱 심오하게 파고들면서 두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이 가난하고 잔인한 동네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폭력과 극단의 역사가 인류의 모든 역사를 함축한 것임을 시사한다. 또 두 사람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가족-사회-역사의 관계에서 매듭이 풀렸다 꼬이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인간이, 특히 여성이 온전한 자유를 얻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직 작품으로만 말해온 작가 페란테는 몇몇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난 엉킨 실타래 안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엉킨 실타래는 나를 매혹한다. 존재의 얽힘, 이것은 개인과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다시 파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사실 풀려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문학은 '얽힘'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나폴리 4부작' 완간을 기념해 오는 12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엘레나 페란테 문학의 밤' 행사를 연다. 번역가 김지우 씨와 '비정상회담'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인 방송인 알베르토를 초대해 독자들과 함께 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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