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고 늦어 피해 지역 넓어져…산세 험해 등산객 드문 곳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삼각산에서 발생한 산불에 100㏊(약 30만 평)가 넘는 면적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산불의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6시간 이상이 지난 가운데 불이 난 원인에 대해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산세가 험해 등산객이 잘 다니지 않는 삼각산에서 늦은 오후에 불이 났다는 점 등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이 넓어 정확한 발화지점조차 오리무중이다.
2일 부산소방안전본부, 경찰, 기장군 등에 따르면 산불은 소방당국에 신고 접수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장군 장안읍 삼각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된 시각은 1일 오후 9시 46분.
화재를 처음 목격한 장안사 경비원은 "삼각산에서 연기가 보인다. 불이 난 것 같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소방차에서 내려 물통을 짊어지고 40∼50분 정도 산정상 방향으로 올라가서 진화작업을 벌였다.
소방대원들은 "삼각산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8부 능선을 따라 화염이 치솟아 인력으로 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장군청 직원들이 신고를 받고 재난상황실에 마련된 폐쇄회로TV(CCTV) 화면을 살펴보니 삼각산 정상 방향으로 붉은 기운이 느껴졌고 산불이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부산소방안전본부 화재조사 담당자는 "외진 곳에서 불이 났고 등산객도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최초 신고가 늦어진 것 같다"며 "화재 범위가 넓고 최초 발화지점도 확인이 안 돼 현재로서는 화재원인을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등산객 실화, 방화, 자연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등산객의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인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 삼각산 정상에서 민가까지 직선거리로 3㎞가량 떨어져 있다. 삼각산의 산세가 주변 산보다 험해 등산객이 잘 다니는 곳은 아니어서 면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추측 단계이긴 하지만 대보름인 1일 무속인 등이 산속에서 기도하다 불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경찰은 "이번 산불은 목격자가 없고 현장 접근도 어려워서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삼각산 주변 마을로 통하는 진입로 3곳에 설치된 CCTV 자료를 입수해 산불 발생 시점에 지나간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삼각산은 산행하기에 가파른 지형을 갖고 있어 등산로가 잘 형성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어떻게 불이 났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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