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물 부족으로 제주도 서부 중산간 지역에서 제한급수까지 이뤄졌던 지난해 제주(북부) 연 강수량이 관측 이래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북부·제주시 건입동 제주지방기상청 지점)에는 비가 평년(1천497.6㎜)의 51.6%인 773.3㎜밖에 내리지 않았다.
이는 192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이다.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1929년(774.5㎜)이나 2013년(859.1㎜)보다도 비가 더 적게 내렸다.
연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1999년(2천526㎜)과 비교하면 30.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서귀포(남부) 역시 지난해 강수량이 평년(1천923㎜)의 69.4%인 1천334㎜에 그쳤고, 고산(서부)에도 평년(1천142.8㎜)의 75.4%인 861.3㎜밖에 내리지 않았다.
반면 성산(동부) 지점은 평년(1천966.8㎜)과 비슷한 1천917.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도(제주·서귀포 평균)의 월별 강수량을 보면 평년과 비슷했던 4월, 평년보다 많았던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
특히 5월과 7월, 11월은 강수량이 1961년 이후 최소 3위 안에 들 정도로 매우 적었다.
제주에는 여름철 장마전선의 영향이나 태풍 내습 등으로 많은 비가 내리곤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장맛비가 워낙 적게 내렸고, 태풍도 비껴가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돼 곳곳에서 가뭄이 나타났다.
지난해 장마 기간(33일·6월 24일∼7월 26일) 제주도(제주·서귀포의 평균값)의 강수량은 평년(398.6㎜)의 23%인 90.2㎜로, 1973년(30.9㎜)에 이어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가뭄과 폭염 탓에 여름철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고, 어승생 저수지 수위가 내려가 제주시 애월읍·한림읍 산간 지역 20개 마을에서는 한 달 넘게 격일제 급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제주도 동·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여름철 시간당 100㎜ 안팎의 '소나기 물폭탄'이 쏟아져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 북부를 중심으로 강수량이 적었으며 평년 대비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5·7·11월은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맑고 건조해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았다. 지난해 제주도(제주·서귀포) 평균기온은 16.9도로 평년(16.2도)보다 0.7도 높았으며, 두 지점 모두 관측을 시작한 1961년 이후 최고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제주(북부)의 평균기온이 평년(15.8도)보다 1도 높은 16.8도로 역대 최고 3위를 기록했다.
1월부터 10월까지는 월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 경향을 보이다가 11∼12월에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였다.
지난 여름 제주는 밤낮없는 무더위를 보여 도내 지점 곳곳에서 기온 최고치 경신이 속출했다. 특히 7월에는 제주도 평균기온이 28.4도로 역대 2번째로 높았다.
반면 12월에는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추운 날이 이어져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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