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남녀 학생 일기장 대구교육박물관에 나란히 전시

입력 2018-01-02 15:26  

일제강점기 남녀 학생 일기장 대구교육박물관에 나란히 전시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이 오는 6월 문을 여는 대구교육박물관에 일제강점기 남녀 학생이 일본어로 쓴 일기장을 전시해 당시 시대상을 알린다.


시교육청은 최근 오타 오사무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교수가 소장한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북여고) 여학생 일기장을 복제해 대구교육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한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현 경북고) 남학생 일기장도 똑같이 만들어 소개할 예정이다.
'여학생일기'라 이름 붙은 일기장은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1936년 대구 양문사가 판매한 35전짜리 규격 일기장에 1937년 2월 18일부터 12월 12일까지 일본어로 쓴 것이다.
일제강점기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로 평가하는 이 일기장은 2007년 서울 한 헌책방에서 오타 교수가 사들여 2010년 국내 심포지엄에서 처음 공개했다.
당시 15∼16세 정도로 보이는 일기장 주인공 K양은 황국신민화 교육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태에서 보낸 당시 학교생활을 기록했다.
일본군 병사 위령탑인 충령탑을 참배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경어체로 일기를 써 매일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는데 담임교사는 일기를 검열해 학생들 면학, 언동, 생활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시교육청은 밝혔다.
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한 남학생 일기는 A 군이 같은 해 대학노트 5권 분량으로 쓴 것이다.
K양이 쓴 일기와는 달리 일상을 장난기 있게 적은 내용이 많다고 한다.
두 학생이 일본어로 일기를 쓴 것은 당시 학교 차원에서 일본어 상용을 규정하고 강제한 결과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 일기는 일제 식민지배 정책 아래 교육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줘 원본이 아니더라도 내용만으로도 전시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ms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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