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中에 쌍중단 대가로 '美와 대화 주선' 요구할 것"

입력 2018-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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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 中에 쌍중단 대가로 '美와 대화 주선' 요구할 것"
단독인터뷰…"신년사의 '북과 남 정세격화시키지 말자'는 쌍중단 수용 의미"
"김정은, 한미중 공조 깨려 해"…"北, 평창에 예술단 보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이정진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 신년사에 담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의 3대 축인 한국, 미국, 중국을 각각 흔들어서 대북제재 공조를 깨버리겠다는 김정은의 구체적인 생각이 신년사에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는 대화와 평화 공세를, 미국에는 협박 공세를, 중국에는 쌍중단 제의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측을 향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 등을 밝히며 화해 손짓을, 미국에는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며 위협을 했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에 대해 "(김정은이)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지 일을 더이상 하지 말자'고 했다"면서 "'북과 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결국은 너희도 책임 있고 우리도 책임 있다는 얘기다. 결국은 중국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북한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북한은 중국에 '우리가 당신네 쌍중단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당신들이 우리 요구를 받아서 미국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대화를 주선해라'고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북제재가)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북한이 오래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 위기까지 왔다. 그래서 김정은으로서는 평화적인 환경 조성을 앞세워 자기의 목을 조이고 있는 대북제재 공조를 각개격파의 형식으로 깨버리겠다는 의도"라며 "그 총체적인 큰 그림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카드는 김정은의 전략적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과 관련, "현시점에서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하겠다는 곳은 이제 한국밖에 없다"면서 "북한은 당연히 이러한 요인을 이용해서 대북제재의 돌파구를 (한국을 통해) 열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하다'며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낼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왜소한 대표단이나 보내려고 김정은이 이런 표현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예술단이라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는 한국 국민에게 민족의 경사를 우리도 공동으로 기뻐하고 같이 축하해주었다는 이미지를 최대한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대표단을 누가 이끌지에 대해선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올 가능성에 대해선 "김정은으로서는 큰 도박과 같은 선택"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김정은이 최근 열린 세포위원장대회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 척결을 강조한 것에 대해선 "북한 내부의 결집력에 점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북한이 올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일하던 2016년 8월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현재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yoon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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