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남북 대화 움직임에 신중…트럼프 '핵버튼' 위협(종합2보)

입력 2018-01-03 17:14   수정 2018-01-03 17:26

美정부, 남북 대화 움직임에 신중…트럼프 '핵버튼' 위협(종합2보)
트럼프 "김정은 대화 제안, 좋은 소식일수도 아닐 수도"
국무부 "北이 한미 이간질해도 안통해"…사실상 남북대화 '견제' 해석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이 3일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통을 전격 발표하는 등 남북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미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일단 표면상으로 미국을 배제한 채 남북 간 직접 접촉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데 대해 미국은 "남북이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반대한다는 기존 방침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방금 '핵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윗 말미에 "내 버튼은 작동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국에는 '대화 카드'를 내밀었지만, 미국을 겨냥해선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고 겁박한 데 대한 '트럼프 식' 대응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 본토 타격을 위협할 때마다 미국의 최강 군사력을 있는 대로 과시하면서 '완전 파괴' '화염과 분노' 등 한층 높은 초강경 수사를 동원해가며 응징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올린 트윗에서는 김정은의 대화 제안을 두고 "로켓맨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면서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할 때까지는 최대의 압박과 제재로써 북한을 옥죄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두 나라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결정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들의 선택"이라며 일단 대화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점에 남북이 급격히 '대화모드'로 전환하는 데 대해 미국이 다소 불편해하는 기류도 읽힌다.
노어트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김정은은 한미 사이에서 이간질하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정은의 대화 제안이 대화에 방점을 둔 한국과, 압박에 방점을 둔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꼼수일 수 있지만 이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원칙 속에서 한미 공조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을 제외한 남북 간 직접 대화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상황을 아직 평가 중"이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폐기)하기 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만나서 웃고 사진 한 장 찍는 임시방편은 필요없다"고 못박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 정부는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으로 1차 평가했으며 시간을 갖고 세밀한 분석을 할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조야에서도 강온 양면이 혼재해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미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만약 그들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제 군사력은) 우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옵션"이라고 했다.
의회 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미국 선수단의 불참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에 김정은의 의도는 "분열시켜서 이기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을 취약한 고리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로 올림픽에서 퇴출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훨씬 더 지독한 인권탄압국인 북한에 이중기준을 둬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미 행정부 안팎의 강경 목소리를 비판하며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조건없는 첫 만남론'에 공감을 표하며 "명백한 해결책은 협상을 통해 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어느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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