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3천원, 청년들을 응원합니다"…청년식당 문 연 신부님

입력 2018-01-03 15:05   수정 2018-01-03 16:48

"김치찌개 3천원, 청년들을 응원합니다"…청년식당 문 연 신부님
서울 정릉시장 내 '청년식당 문간'…"청년 위한 '공유공간' 꿈꿔"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김치찌개 3천원에 공깃밥은 무한리필, 식당 옆에 곧 문을 열 북카페에선 공짜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지난달 2일 성북구 정릉시장 안에 문을 연 '청년식당 문간'은 5천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힘든 요즘 단돈 3천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성북구에 있는 글라렛 선교수도회의 이문수 신부가 지갑이 얇은 청년들을 위해 밥 먹고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문을 열었다.
3일 전화로 만난 이 신부는 고시원에서 굶어 죽은 한 청년의 이야기가 식당을 만들게 된 계가가 됐다고 말했다.
"2015년 가을 방문한 인천의 수녀원에서 한 청년이 고시원에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를 수녀님으로부터 듣고 청년을 위한 식당을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청년식당을 운영하자는 이 신부의 제안은 글라렛 선교수도회 사제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 수도회의 결정으로 이 신부는 2016년 봄부터 식당 개업 준비에 들어갔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식당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창업 설명회나 강연회에 다니기도 했지만, 경험이 없어 처음엔 막막했다고 한다.
"청년식당 아이디어를 준 수녀님이 소개해 준 상담사로부터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사회사업가, 청년문화 기획자, 젊은 요리사, 식당 운영 경험자, 고시원 거주 경험자 등을 모아 구성한 포커스 그룹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죠."
이 신부는 무난하고 대중적인 김치찌개를 단일메뉴로 정하고, 가격은 3천원으로 책정했다. 식당 이름 '문간'에는 청년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겠다는 소망을 담았다.
식당은 문을 열자마자 인근 대학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손님이 1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학이 방학에 들어간 지금은 손님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식당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현재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 1명과 홀 서빙을 직접 담당하는 이 신부, 단 두 명이 손님을 맞고 있다. 지인들이 보내주는 쌀 등 각종 후원이 비용 절감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 신부는 식당으로 출발한 이 공간을 "청년 누구나 와서 편하게 쉬거나 공부하고 소규모 모임도 열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식당 옆에 무료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를 준비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식당 휴업일인 매주 화요일에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시험적으로 가게를 운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레스토랑 창업을 준비 중인 탈북 청년들이 이곳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팔았다.
식당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 그 시간만큼 식사 쿠폰을 받아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는 봉사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2015년부터 대학가에서 확산해 온 비슷한 봉사 프로그램 '십시일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신부는 "이 공간이 청년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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