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선부·조평통·체육지도위' 역할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을 받고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의 재개통을 발표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앞으로 남북대화의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리 위원장의 발표는 전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한 데 대한 첫 반응이다. 북한은 이 같은 형식을 통해 리 위원장은 장관급이며 향후 남북대화에서 조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 리 위원장이 북측 수석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군 출신으로 남북협상 경험이 풍부한 리선권은 2006년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 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섰고, 2010년 이후에는 남북이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협의할 때 북측 단장을 맡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최고권력기구인 당시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부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4년 10월에는 국방위 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북한이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국가기구인 조평통을 설치한 이후 조평통의 수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남북협상에서 리선권을 여러 차례 만난 한 인사는 그를 "회담 테이블에서는 주도면밀한 성격에 달변"이라며 "다만, 성질이 급하고 욱하는 면이 있다. 화가 나면 숨기지 않고 언성을 높이는 등 겉으로 드러낸다"고 회고했다.
한편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파견과 당국회담 등과 관련해 남측과 성실한 자세로 실무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등의 역할도 주목된다.
당 통일전선부는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북한 내 컨트롤 타워로서, 통일전선부장이었던 김용순이나 김양건 등은 최고지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남북 접촉의 제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김양건 사망으로 후임 통일전선부장에 김영철이 오른 이후 통전부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노동당의 핵심부서인 통전부는 여전히 막후에서 대남사업을 지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6년 국가기구로서 조평통을 설립하기 전에는 통전부의 외곽단체인 '조평통 서기국'이 대남정책 수행기관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조평통 서기국은 노동당의 외곽단체라는 점에서 통일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종종 불거져 남북대화 자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2013년 6월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한 남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회담이 양측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으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우리 정부는 회담에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려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북측 수석대표로 요구했지만,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을 수석대표로 고집했다. 이에 정부가 수석대표를 통일부 차관으로 바꾸자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과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하지만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국가기구로 격상된 만큼 앞으로의 남북대화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첫해인 2012년 11월 스포츠 발전을 추동하기 위해 내각 소속 체육성과 별개로 신설한 국가기구다.
초대 위원장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당시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맡았고,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에는 현재 북한의 2인자로 지목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후임에 올랐다. 현재는 최휘 당 부위원장이 최룡해의 뒤를 이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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