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친부 나타나자 주민들 "천하의 나쁜 놈·살인자" 욕설·고성
친부 "딸 폭행은 했으나 죽이지는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완주·군산=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최영수 기자 = 고준희(5)양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사건의 현장검증이 이뤄진 4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친부 고모(37)씨 아파트 단지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칼바람이 매섭게 불던 이 날 오전 10시께 고씨 집 앞에 경찰 60여명이 도열하고 주민 수십 명이 몰렸다.
고씨가 경찰 호송차에서 내리자 한 주민은 "살인자다. 얼굴을 공개하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돌을 갓 넘긴 아이를 안고 있던 주민 최모(29·여)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저런 몹쓸 짓을 저지를지 꿈에도 몰랐다"며 "사람이 너무 무섭다. 이웃 자녀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고씨는 점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경찰과 함께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는 주방에서 30㎝ 자를 들더니 "지난해 1월 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다.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자로 등과 엉덩이를 때렸다"고 말했다.
준희양 대역으로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자로 수차례 때리는 시늉도 했다.
고씨는 지난해 3월 말 끼니를 제때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양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모습도 재연했다.
경찰은 자택 내부에서 고씨가 전체적인 범행 과정을 재연하도록 해 진술이나 증거와 일치하는지 살펴봤다.
20분가량 아파트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온 뒤 준희양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연출했다.
그는 "아픈 준희를 차에 실었는데 이미 숨진 뒤였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씨는 "아니다.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고 뒤늦게 죄를 뉘우쳤다.
"어떤 부분이 미안한가"라는 질문에는 "준희를 지켜주지 못한 부분이다"면서도 "준희를 폭행하기는 했지만 죽희를 죽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민 박모(40)씨는 "저런 범죄자랑 같은 건물에서 살았다는 게 소름이 끼친다"며 "동물도 자기 자식은 끔찍하게 여기는데 딸을 때려서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저 사람 집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이날 고씨 내연녀 이모(36)씨는 건강상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했다.
고씨는 이어 낮 12시 20분께부터 10분가량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서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지난해 4월 26일 준희 양이 숨지자 이튿날 새벽 2시께 왕복 8차선 도로 옆에 있는 이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고씨는 현장검증에서 고개를 숙인 채 마네킹을 유기 장소에 가져다 놓고, 다시 산을 내려가 삽을 가져와 땅을 파고 묻는 장면을 이어갔다.
검증 도중 '시신을 유기하는데 얼마냐 걸렸느냐'는 경찰 질문에 그는 "3~4시간 정도 걸렸다"며 "시신을 다 묻고 나서 (내연녀의) 어머니에게 다 묻었다고 전화하고 산에서 내려갔다"고 답했다.
인근 마을주민 10여명은 검증을 마치고 내려오는 비정한 친부에게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느냐","천하의 나쁜 놈", "사람 얼굴에 먹칠해", "내연녀는 왜 같이 안 왔어" 라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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