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신고받고 18분간 교신 '먹통'…골든타임 놓쳐

입력 2018-01-04 11:51   수정 2018-01-04 13:59

제천 참사 신고받고 18분간 교신 '먹통'…골든타임 놓쳐
119 신고 통화·소방대 무선교신 녹취록 공개…의문점 투성이
2층 구조 요청 쇄도했지만 상황실-구조대원 정보 공유 안돼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김형우 기자 =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발생 당시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아 알게 된 현장 정보를 구조에 나선 소방대원들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에 의해 공개된 참사 당시 119 신고 통화와 소방 무선 교신 녹취록 곳곳에서 이런 의심을 자아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유족들은 '골든타임'을 놓친 소방당국의 구조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21일 화재 발생 당시 소방대의 무선교신 녹취록을 보면 오후 4시 2분부터 20분까지 18분간의 교신 내용이 없다.
첫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이 오후 3시 53분인 점을 고려하면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해당하는 시각이다.
이때를 전후해 오간 교신 내용은 119상황실이 현장에 전달하는 일반적인 사항일 뿐 현장 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없다.
특히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난 2층 여성 사우나 관련 정보는 이후 이어진 화재 현장 무선교신 내용에서도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유족대책위는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가장 중요한 시간의 무전교신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소방합동조사단에 무전 녹취록 보전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전파 간섭이나 잡음이 심해 들을 수가 없는 무전 녹음은 녹취록에서 제외했는데,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구간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119 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소방당국의 이런 해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유족대책위를 통해 공개된 119 신고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화재 발생 당일을 재구성하면 첫 신고가 접수된 뒤 6분이 지난 오후 3시 59분께 2층 여성 사우나에 갇힌 A씨는 10명 정도가 함께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전화를 받은 직원은 2층에 요구조자가 있음을 상황실 전체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후 무전으로 현장에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차선책으로 오후 4시 4분께 부대장 역할을 하는 화재조사관에서 전화를 걸어 2층 상황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제천소방서 중앙안전센터와의 통화에서 "(건물)안에 지금 몇 명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119상황실 직원은 2층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오후 4시 9분께 2층 여성 사우나 탈의실에 수명과 함께 갇혀 있다는 B씨의 신고가 또다시 접수됐다.

B씨와의 전화가 끊기자 이 직원은 "2층에 많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탈의실부터 빨리 진입 좀 하라고 해 주세요. 여기 요구조자 많이 있다"고 주변 상황실 직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오후 4시 19분께 어렵게 현장 지휘팀장과 연결된 전화에서는 인명검색에 유의하라는 말뿐 역시 2층 관련 언급은 없었다.
상황실과 현장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건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처음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였지만 화재 진압대였고, 인명 구조대(4명)는 오후 4시 6분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건물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1명을 에어 매트로 구조하고는 구조 요청이 쇄도한 2층이 아닌 지하 수색에 나섰다.
당시 구조대장은 "무전기가 안 된 건지, 못 들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2층 구조와 관련된 무전을 받지 못했다"며 "현지 지휘팀장도 건물에 매달려 있는 생존자 외에는 얘기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 당연히 그리로 향했을 것"이라며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조 매뉴얼에 따라 완전히 고립될 수 있는 지하를 우선 수색지역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혼선 속에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시간은 이로부터도 한참 뒤인 오후 4시 37분이었다.
구조대장은 "구조대원의 산소통을 보충하려고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 소방서장으로부터 2층 진입 지시를 처음 받아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2층 구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결국 2층 여성 사우나 희생자들이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소방 내부 교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고, 이곳에서 2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소방 관계자는 "상황실에서는 전달 가능한 방법으로 2층 정보를 알렸다"며 "다만 현장에서 이런 정보가 왜 공유되지 않았는지는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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