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삵·멧돼지 등장…토종나무 9종 4만8천65그루 심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용역 "자연상태 회복엔 50년 걸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하늘 아래 첫 동네' 지리산 심원마을(해발 755m)이 철거된 이후 야생동물이 드나드는 것이 포착되면서 반달가슴곰의 출현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5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심원마을 철거·정비를 비롯한 복원사업이 완료된 후 이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담비와 삵·멧돼지·노루 등이 포착됐다.
최근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큰 짐승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눈이 내린 야간에 찍힌 탓에 반달가슴곰으로 특정할 수는 없었다는 게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의 설명이다.
특히 이 마을 일대가 본래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인 만큼 머지 않아 반달가슴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준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과장은 "심원마을 철거지 일대에 카메라 4대 설치해 24시간 내내 관찰하고 있다"면서 "현재 곰이 동면에 들어간 상태라 힘들겠지만, 조만간 반달가슴곰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목적 이외에는 모든 출입을 통제해 완전히 인간의 발길을 끊은 만큼 심원마을 일대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동물들의 안정적인 서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각종 상업시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되자 2013년부터 심원마을 철거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에는 심원마을을 일대의 용도를 '마을지구'에서 '자연환경지구'로 변경했고, 2036년까지 이 지역을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하지만 심원마을이 자연의 품에 안기긴 했지만, 이 지역의 식생이 주변 자연과 비슷한 상태까지 복구되는 데는 50여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이 한백생태연구소와 호남대에 의뢰해 심원마을 일원을 모니터링한 결과, 조사구 12곳의 수고생장(樹高生長·나무의 높이)이 대조구 4곳의 3.1% 수준에 그쳤다.
조사구는 심원마을을 철거한 뒤 나무를 심은 지역이고, 대조구는 자연 식생이 우수한 인근 지역이다.
공단은 철거 지역에 지리산 자생 수종 4만8천65그루(9종)를 심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의 높이가 주변 자연상태의 나무들의 3%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리산 아고산대(고산지대와 산지대 사이) 훼손지역에서 주변 자연림의 20% 수준까지 나무가 자라는 데 20여 년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심원마을도 주변 자연림과 같은 상태가 되려면 5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과장은 "심원마을은 이미 철거 작업이 끝나고 지형과 식생도 복원한 상태"라며 "우리가 심어놓은 나무 9종이 자연스럽게 녹화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변 나무들과 같은 크기로 자랄 때까지 50여 년이 걸린다는 것일 뿐 3∼10년이면 나무들이 빽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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