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운영한 대통령 전용 의상실·'현금 쇼핑백' 등에도 활용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검찰이 4일 밝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용 내용은 국가 안보를 위해 쓰여야 할 나랏돈이 대통령의 사생활 영위에 전용된 '황당한' 정황을 담고 있다.
현재 특활비 수수액 35억원 중 용처가 일부 밝혀진 것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자신의 사무실 금고에 넣고 관리하던 33억원이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금고에서 돈을 꺼내 그에게 갖다 주거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실무자'에게 건넸다.
검찰은 33억원 중 15억원은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치료·운동치료·주사비용, 최순실 씨 등과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폰 요금, 삼성동 사저 관리 비용 등에 3억6천500만원 상당액이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료비나 주사비의 경우 청와대를 다녀간 '주사 아줌마', '운동치료 원장' 등에게 "매회 10만원에서 30만원 가량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추산한 금액이다. 박 전 대통령과 측근 보좌관 등은 최순실씨 등과 연락하기 위해 임기 내내 51대의 차명폰을 썼는데 요금만 약 1천300만원이 나왔다.
비워놓은 삼성동 사저를 관리하는 데 쓰인 관리인 월급, 유류대금, 전기요금, 수리비 등도 대부분 국정원 특활비로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지출은 매달 상납금 중 1천만원을 건네받은 이영선 전 행정관이 현금으로 집행하거나 통장에 넣어 계좌이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지급한 활동비·명절비·휴가비 등 '관리 비용'으로는 9억7천600만원이 쓰였다고 조사됐다.
이들 3명은 매달 300만원에서 800만원의 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받았는데 이는 약 4년간 4억8천600만원에 달한다. 또 이들의 휴가비 1천만원, 명절비 2천만원도 국정원 상납금에서 빠져나갔다.
이는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명절비·휴가비와는 완전히 별도의 자금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적 관계 때문에 상납금이 간 것이란 점이 중요하다. 액수 자체가 황당하게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3명의 2013년∼2015년 명절비·휴가비 지급 내용을 정리한 최순실씨의 수기 메모지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았는데, 이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상납금 운용에 깊숙이 개입한 흔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3명은 모두 최씨의 수기 메모가 자신들이 국정원 상납금 중에서 그 기간에 받은 명절비, 휴가비를 정확히 기재한 것이라고 일치되게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은 33억원 중 나머지 18억은 최씨와 고영태씨가 운영한 대통령 의상실 비용으로 쓰이거나 최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최씨는 2013년부터 2016년 9월 독일 도피 전까지 매달 1천만∼2천만원의 의상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이 돈에 국정원 상납금이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전용 의상실 운영비용이 총 6억9천1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또 이재만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액수를 쇼핑백에 넣어 봉인한 뒤 관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1천만∼1억2천만원씩 전달했으며, 이때 관저에 최씨가 함께 있는 것을 다수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영선 전 행정관이 최씨 운전사에게 테이프로 봉인된 쇼핑백을 전달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한 점 등에 비춰 이 '쇼핑백'이 결국 최씨에게 전달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검찰 조사를 거부해 전달 여부와 액수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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