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로 '화염과 분노'에 관심↑…저자신뢰도에 의문제기도

입력 2018-01-04 17:48  

트럼프 폭로 '화염과 분노'에 관심↑…저자신뢰도에 의문제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었다" …배넌은 중국을 나치 독일에 비유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때 그의 최고전략가 역할을 했던 스티브 배넌 간 파국적 결별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된 책 '화염과 분노'엔 미국 대통령 선거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 임기 1년 차인 지난 10월까지 트럼프 선거진영과 백악관의 내부 사정에 대한 폭탄급 폭로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3일 이 책에 대해 "트럼프에 대해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전해준다"면서도 저자인 마이클 울프에 대해 "그의 신뢰성엔 이전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경계했다.
울프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전기작가이자 영국 신문 가디언에 칼럼을 쓰기도 한 '선동적 논객'으로, 그가 쓴 책이나 칼럼들에 대해 "실제 있었던 상황을 전하는 게 아니라 아예 만들어 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울프는 그러나 18개월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 대부분과 그들을 만난 많은 사람 등 200명 이상을 인터뷰하거나 백악관 집무실 현장에서 반은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취재한 결과라고 주장한다고 이 책의 발췌본을 온라인판에 실은 뉴욕 매거진은 전했다.
책 내용이 화제성 풍부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에 관한 흥미로운 폭로로 이뤄진 만큼 울프는 이미 여러 TV 방송에 출연 예약이 돼 있고 독자들의 책 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 매거진이 이 책 가운데 트럼프와 배넌간의 관계가 '화염과 분노'속에 파탄난 대목 외에 주목한 것은 대통령 선거 당시 분위기.
울프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선거본부 책임자인 켈리엔 콘웨이(현 백악관 선임고문)는 곧 선거 패배를 경험할 생각에 들뜬 기분이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지는 것은 확실했다. 6% 포인트 아래로만 지면 실질적인 승리였다. 예상치 못했던 모험이 곧 끝나면 방송에서 일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선거 캠프의 거의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대통령이 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었다.
트럼프의 궁극적 목표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선거운동 초반 보좌역 샘 넌버그에게 말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폭스뉴스 설립자 로저 에일스는 텔레비전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대통령에 출마하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트럼프는 자신의 방송사 설립설을 흘리고 있었다.
트럼프는 선거 1주일 전 에일스에게 "이건 내가 지금껏 꿈꿔온 것보다 더 크다"며 "나는 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 않을 것이니까. 우리는 이미 완전히 이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팀의 최고 전략가가 된 배넌은 트럼프가 스스로 억만장자라고 자랑하면서도 자기 돈을 한 푼도 내놓지 않는 것을 알고는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선거일까지 5천만 달러가 필요하니 내놓으라고 했으나 쿠슈너는 "당선 보장이 없으면 안 된다"고 거절했다. 이길 확률이 높지 않으면 2천500만 달러도 안 된다고 해서 결국 1천만 달러에 합의했으나 트럼프가 선거본부에 빌려주고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즉시 변제하는 조건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거래와 부동산 자산이 대통령직에 잠재적 이해 상충이 된다는 것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납세 자료 공개도 거부했다. 그로선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그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해질 것이고 부정한 힐러리에게 희생당한 순교자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딸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는 국제적 명사가 될 것이고 배넌은 (우파 정치단체인) 티파티 운동의 실질적 우두머리가 되고 콘웨이는 케이블뉴스 스타가 될 터였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었다.
투표일인 8일 오후 8시 트럼프가 예상치 못하게 이길 것이 확실해지자 트럼프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마치 유령을 본 듯한 표정이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는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트럼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에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리곤 겁먹은 표정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다 마침내 당연히 자신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는 표정으로 귀결했다.
트럼프를 아는 사람 중에 그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의 부자 친구들은 누구나 그의 무지함에 대해 알았다. 선거운동 초반 샘 넌버그가 트럼프에게 미국 헌법에 관해 설명해줄 때 "헌법 4조까지밖에 안 나갔는데 이미 그는 거의 기절 상태였다."
울프가 지적한 또 다른 부분은 '정책에 대한 무지'다.
2016년 12월 14일 실리콘 밸리의 고위 대표단이 트럼프 타워로 트럼프를 방문했다. 그날 오후 트럼프는 루퍼트 머독과 통화에서 "이 친구들한테는 정말 내 도움이 필요하다. 오바마는 그들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아서 규제가 너무 심했다. 내가 도와줄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머독이 "도널드, 지난 8년간 이 친구들이 오바마를 호주머니에 갖고 놀았다. 그들이 정부를 운영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당신 도움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H-1B 비자 문제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머독은 이민자에게 선별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이 비자 정책은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과 일치하기 어렵다고 넌지시 말해줬으나 트럼프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머독은 전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별 바보 같은"이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책에 따르면 배넌은 중국을 나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에일스와 대화에서 "중국이 전부다. 다른 어떤 것도 중요치 않다. 우리는 중국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는 어떤 것도 바로 잡을 수 없다.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중국은 1929년에서 1930년 사이의 나치 독일과 같다. 중국인들은 독일인들처럼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얼마든지 변한다. 그들은 1930년대 독일처럼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 초 민족주의적 국가가 될 것이다.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호로병에서 나온 요술 마귀) 지니를 다시 호로병에 넣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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