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제도보완 소홀하면 안돼"…정세균 "적폐청산 시끄럽게 해야하나"
'인적청산 포함 적폐청산 지속' 기류 여전히 강해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남권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3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향한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속도 조절론'이 일부 중진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적폐청산 필요성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보완 등을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당내에서 인적청산 등을 포함한 적폐청산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가 여전히 강해 새해에도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속도 조절론의 불을 지핀 의원은 6선의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이었다.
문 전 위원장은 새해 첫날인 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반드시 적폐청산이 돼야 한다"면서도 "인적청산에만 급급하고 제도적 보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위원장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면 개혁과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된다. 이를 유념하면서 혁신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인적청산에만 급급하고 제도청산에는 느슨하게 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 6선인 정세균 국회의장도 2일 국회사무처 시무식에서 "적폐청산을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서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조용하게 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검찰 조사에 맡기면 될 뿐 당이 앞장서서 적폐청산 작업을 독려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3선의 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적폐청산 증거가 나오면 하는 것인데, 여당이 나서서 적폐청산을 할 것도 아니고 정치보복처럼 보이게 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중진들의 발언은 인적청산보다는 제도개선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왔고 적폐청산에 매몰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면서 조용하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지만, 인적청산을 포함한 적폐청산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던 당내 일반적인 기류와는 결이 달라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추미애 대표는 새해 첫날부터 단배식을 통해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일소하고 그 틀 위에서 사회대통합의 깃발을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추 대표는 "이제 (출범한 지) 7달밖에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과거는 과거대로 덮어두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적폐청산에 대한 반기, 피로감을 부채질하는 그런 세력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전날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마부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각오'를 강조하면서 "적폐청산의 소명과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해 끊임없이 경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일부 중진들의 발언과 관련해 "중진들의 언급은 적폐청산을 '신중하게 잘 처리하자'는 것이지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며 "자유한국당에서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저항이 심하니까 국민에게 정쟁으로 비치면 안 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해 적폐청산 기조는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제도개선도 병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러나는 적폐의 수사 결과에 따른 인적청산은 불가피하며 동시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의 제도 도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일단 공수처 설치법 등을 다룰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가 조만간 꾸려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라 제도개선에도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당 적폐청산위의 한 위원은 통화에서 "곧 출범하는 사개특위에 적폐청산위 위원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며 "공수처 설치 등 제도개선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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