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공급도 못하고 두산중공업은 철수…시설 노후화 불가피할 듯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2천억 원이 투입된 부산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이 완공된 지 3년이 넘었지만 방사능 오염 논쟁에 휩싸이면서 결국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지관리비용 누적 적자가 증가했고 최소한의 유지관리비까지 확보하지 못해 시설가동 책임사업자인 두산중공업 인력까지 철수했기 때문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 자로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이 멈춰 섰다고 밝혔다.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의 가동중단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기장군 주민들이 고리원전과 11㎞ 떨어진 곳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다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원전이 가동 중인 기장 지역에 해수 담수화 시설이 들어서면서 시빗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는 시민의 물 선택권을 내세워 지난해 10월 31일부터 기장군 일부 산업단지와 고리원전 등에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8년 유지관리비 35억원(국가 24억, 부산시 11억원) 중 24억 원의 부담 주체를 두고 국토부가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는 소유권을 부산시로 이전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4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은 최소한의 유지관리가 돼야 수질이 보장된다며 병 입수 생산만을 위한 10억 원의 운영경비를 요구했다.
부산시는 병 입수 생산을 중단할 경우 해수 담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며 4억3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국토부의 예산지원 계획은 없었다.
2015년부터 약 100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투입한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1일 상주 직원 철수를 결정했다.
새해부터 해수 담수화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거액의 혈세만 낭비하게 됐다.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해수 담수화 시설을 장기간 가동 중지할 경우 급속한 시설 노후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향후 양질의 수질 확보를 위해 주기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지만 직원들이 철수해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설사 예산을 지원하더라도 산업단지 공급과 병 입수 생산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해수 담수 수돗물 생산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장군 산업단지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민 환경단체는 "시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원전 앞바다에서 취수한 물로 만든 해수 담수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담아 무작위로 배포하거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부산시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미국 NSF 등 국내외 가장 권위 있는 8개 전문기관에 410차례에 걸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며 "그 결과 기장 지역 바닷물은 어느 해역의 바닷물과 비교해도 깨끗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반박했다.
시는 해수 담수시설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며 정부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국토진흥원이 법률자문을 한 결과 해수 담수화 시설은 국유재산법상 국가(행정재산) 소유로 해석되기 때문에 부산시에 무상양여가 불가하고 국가로 소유권을 등기하고 나서 사용허가 또는 위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 시장은 "해수 담수화 시설에 대한 소유와 운영권은 정부에 있으며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2018년 국토부 예산에 편성조차 하지 않았고 유지관리 비용의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이 당연히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국가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국비 823억원, 시비 424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을 들여 2014년 완공된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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