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야당 오성운동, 총선 후보 등록 쇄도…웹사이트 다운

입력 2018-01-04 20:44  

이탈리아 1야당 오성운동, 총선 후보 등록 쇄도…웹사이트 다운
흥행 성공…웹사이트 취약성엔 우려 제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3월4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의 웹사이트가 총선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의 등록이 쇄도하며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성운동의 인기를 반영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인식과 함께 그동안 계속 우려가 제기되던 오성운동의 웹사이트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성운동은 이번 총선에서 오성운동 깃발 아래 상·하원 의원으로 나서고자 하는 평당원들의 후보 등록 마감 시한에 임박해 신청자들이 몰리며 3일 오전(현지시간) 공식 웹사이트가 다운되자 당초 이날 정오로 설정된 입후보 마감 시한을 몇 시간 연장했다.
4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 총선 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부터, 저명한 언론인과 교수, 영화배우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이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성운동은 향후 2주 안으로 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원 투표를 실시, 총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오성운동의 민주주의에 동참했다"며 이번 총선 후보 등록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오성운동은 2009년 기성 정치체제를 싸잡아 비판하며 오성운동을 창립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의 블로그를 통해서는 "오성운동은 선의를 가진 일반 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당 대표가 아닌 당원들로 하여금 그들을 평가하게끔 하는 유일한 정치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오성운동은 총선, 지방선거 등 매번 선거마다 출마 희망자들을 '루소'라 불리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신청받은 뒤 당원들의 인터넷 투표로 최종 후보를 뽑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루소는 직접 민주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인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으로, 주요 선거에 나설 후보 선출뿐 아니라, 주요 정책 결정과 의견 수렴 등도 루소에 기반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오성운동의 필수적인 당 운영 기반이지만, 이번 서버 다운 사태에서 보듯 루소의 취약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오성운동 웹사이트는 작년 8월 당 대표를 뽑는 온라인 경선 과정에서도 해킹된 바 있어 의사 결정 과정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오성운동 웹사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이탈리아 정보보호청(DPA)는 지난 달 보고서를 내고 "오성운동의 사이트는 구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해킹과 개인정보 도용에 취약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루소'를 운영하는 인터넷 정보회사인 카살레지오의 전 직원인 데이비드 푸엔테(35)는 이와 관련, 4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실린 인터뷰에서 "루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시스템이 구식이라 이번 서버 다운 사태는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해커의 침투와 정보 유출 등은 '식은 죽 먹기'"라고 폭로했다.
그는 "카살레지오는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아 왔다"며 "해법은 간단하다. 시간과 돈을 들여 시스템 현대화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온라인 경선을 통해 선거 출마자를 당원들이 직접 뽑는 오성운동의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는 부적합한 후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201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킨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변호사 출신의 라지 시장은 정치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함에도 불구하고, 오성운동 온라인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낙점받은 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로마 시민들의 몰표로 시장 자리를 꿰차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거듭된 인사 참사 속에 쓰레기 수거 문제, 열악한 대중 교통 등 로마의 고질적인 현안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며 상당수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라지 시장은 인사와 관련한 위증 혐의로 작년 9월 기소돼 조만간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측근 라파엘레 마라 전 로마시 인사국장의 동생 레나토 마라를 로마시 관광국장으로 승진 임명한 것과 관련해 이탈리아 반부패 당국에 위증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예비 심리는 오는 9일로 잡혀 있으나, 라지 시장 측은 3일 재판부에 즉결 심판을 신청했다고 밝히며 예비 심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지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결백하다. 이탈리아 사법 시스템을 믿는다"며 "즉결 심판으로 진실이 최대한 빨리 결정되길 바란다"라고 남겼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라지 시장의 이번 조치가 총선을 앞두고 오성운동의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즉결 심판이 수용되면, 재판일이 총선 이후로 잡힐 것으로 보이는 만큼, 총선일까지 법정에 서는 모습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오성운동이 배출한 최고 고위급 인사인 라지 시장이 총선 운동 기간 동안 법정에 불려다니는 모습이 노출되면, 이는 오성운동의 지지세에도 어느 정도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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