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해방 이후 중국사와 한중관계사를 연구하며 한국 동양사학의 기틀을 다진 우호(于湖) 전해종 서강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5일 오전 3시 30분 별세했다. 향년 99세.
1919년 간도에서 출생한 고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를 지낸 뒤 1968년부터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서강대에서는 국사의 이기백 교수, 서양사의 길현모·차하순 교수와 함께 '서강사학'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두 번의 전기로 동양사학을 선택해 연구한 것과 서강대로 학교를 옮긴 것을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역사학회와 한국동양사학회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초대 동양사학회장과 백산학회 회장을 지냈다.
197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에 선임돼 40년간 활동했다.
학술적으로는 조선시대 후기에 청나라·일본과의 교섭 문서를 집대성한 책인 '동문휘고'(同文彙考)를 분석해 한중관계사와 중국적 세계질서에 따른 외교 관계 연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특히 한반도 왕조와 중국의 관계를 조공(朝貢)과 책봉(冊封)이라는 양대 축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다만 그는 조공이 강요나 착취에 따른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며, 조공과 책봉은 호혜적(互惠的) 관계라고 봤다.
고인은 이처럼 여러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비교해 문화의 일반적 패턴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비교사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 한국 고대사 사정을 기록한 중국의 '삼국지'와 '후한서' 동이전 기록을 검토해 후한서의 동이전이 삼국지의 동이전을 축약해 베낀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고인은 후학에 대한 사랑도 대단했다. 독립운동가였던 조부와 부친 덕분에 받은 유공자 수당을 차곡차곡 모은 뒤 선친들의 호를 따 '경백동양사연구기금'을 만들어 서울대와 서강대, 동양사학회에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또 평생 수집한 장서는 중국 저장대에 기증했다.
지난 2008년 고인의 구순을 맞아 논문 21편을 모아 기념논총집 '한중관계 2000년: 동행과 공유의 역사'를 출간했던 제자들은 미수를 맞아 준비했던 논총집을 추모 논총 형태로 출간할 예정이다.
고인은 구순 생일잔치에서 삶을 반추하면서 "100점 만점에 60점 혹은 그 이하를 주고 싶다"고 겸손해하기도 했다. 그는 "골프 치고 약주 한 것, 보직교수를 맡은 것으로 점수가 깎였다"며 "집중해서 연구하지 못하고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저서로는 '한중관계사 연구'·'한국과 동양'·'한국과 중국'·'동이전의 문헌적 연구'·'역사의 이론과 서술' 등을 남겼고, '동양문화사'·'명이대방록'·'중한관계론집'을 번역했다. 학술원상, 용재상,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딸 혜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전. ☎ 02-225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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