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연기 합의 전문가들 다양한 평가…"대북억지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정진 이상현 기자 = 한미 양국 정상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평가를 내놓으며 제언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5일 "앞으로 열릴 남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 동결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다음 북한이 도발없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미국이 대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60일간의 도발 중단'이 자동으로 성립될 수 있다"며 "그렇게 북미대화로 연결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한번 해 보라'는 정도일 것"이라며 "북한을 그대로 두면 이르면 3월 핵·미사일의 실전 능력을 갖추게 될 수 있는데, 남북대화가 핵·미사일 동결로 이어진다면 미국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버튼' 언급으로 걱정이 됐는데 한미 정상 간에 훈련 연기 합의가 되어서 이제 미국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며 "북한으로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 연구위원은 한미 군사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면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중국이 주장하는 '쌍잠정'(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실현하는게 되는데,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군사훈련 연기가 되면 키리졸브 훈련(작년 기준 3월 실시)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작년 8월 실시)과 묶어서 하고 독수리훈련(작년 3월1일∼4월30일 실시) 규모는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면 상반기까지는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충분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훈련 연기가 대북 군사적 억지력과 한미동맹의 약화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북한의 의도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는데 따를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려면 연기를 하되 훈련 규모를 키우면 될 텐데, 전략자산들의 전개 일정과 계약 등 문제로 인해 그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연기 실시할 한미훈련 규모가 축소되면 그것이 평화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남북회담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하면 북한으로부터 역이용당할 취약점을 노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한미가 훈련을 연기하더라도 한미의 대북 억지력을 주기적으로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며 "훈련을 안 한다고 해서 한미 방위태세가 약화하는 것으로 북한이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또 "연기했다가 재개될 훈련의 규모와 투입될 무기 등에서 북한의 요구가 반영되어선 안 된다"며 "평창 올림픽 이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과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 등 두 '축제'를 연계시켰다고 본다"며 "약간 걱정되는 부분은 자신들의 축제(9월9일)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4월 중순 이후 한미군사연습 재개시 북한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의 전제 조건 격인 '도발 중단'을 할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했다.
조성렬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용의를 밝힌 것은 패럴림픽(3월9일∼18일)까지는 추가적 핵·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말했고, 홍민 실장은 "북한이 평창올림픽때까지 도발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남북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그 기간에는 자극적 도발은 안 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남성욱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 뜻에 호응하지 않으면 추가 도발로 갈 텐데, 미사일 기술 완성을 위해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은 한 손엔 '인공위성', 한 손엔 '평창'을 들고 3월까지 정세를 주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transil@yna.co.kr,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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