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 재판부, 계획적 살인 증거로 인정…무기징역 선고
(예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15년 만에 범인이 잡힌 '충남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재판에서 경찰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됐다.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5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윤도근 부장판사)는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재판에 넘겨진 A(51)씨와 B(40)씨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재판 판결문 증거목록에는 경찰의 프로파일링 보고서(02년 아산 갱티고개 미제 살인사건 분석보고)가 포함됐다.
프로파일링 보고서는 사회과학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라서 그동안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재판에서 A씨 일당은 자신들이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형량을 낮추려는 듯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검사는 이들이 돈을 빼앗으려는 목적에 따라 계획적으로 노래방 여주인을 무참히 살해했다고 맞섰다.
증거로 채택된 프로파일링 보고서에는 '범인들이 범행을 위해 흉기, 마스크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계획적 살인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는 '계획 살인'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분석보고서(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했다"며 "피고인 측과 검찰이 증거 채택 여부를 다투거나 했으면 증거 능력 여부를 판단하거나 하는 절차를 진행했을 텐데, 피고인 측이 증거 사용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파일링 보고서 작성자는 충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최규환(38) 경사와 인근 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들이다.
최 경사가 2016년 12월 다른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최 경사 등 프로파일러들은 4천300쪽 분량의 당시 수사 보고서를 검토했다.
최 경사는 "여주인 자신의 차 안 조수석에서 공격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주인은 운전석에 있다가 조수석으로 이동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여주인이 늦은 시간 귀가하며 누군가를 조수석 등에 태웠다면 평소 아는 사람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여주인을 묶어두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하려면 두 명 이상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현장의 증거는 범인의 행동이 돈을 빼앗기 위한 행동으로만 집중됐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피해자와 면식이 있는 두 명 이상이 함께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것이라는 추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넘겨받은 아산경찰서 강력팀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를 시작해 결국 사건 발생 15년 만에 범인 두 명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최 경사는 "지금까지 수사 실무에 활용됐던 프로파일링이 법원 공판 단계까지도 영역이 확장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범인과 계획적이라는 수사기관의 주장 사이에서 계획 범행임을 적시한 보고서가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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