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통화기록 역산·500여개 계좌추적·수십명 조사 등 한달간 퍼즐 맞추기
'특활비 사용처' 입 닫은 朴측근들엔 물증 제시 설득·허위 진술은 크로스체크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걸…이걸 다 적어놨네요. 와…."
검찰이 최순실씨가 포스트잇에 손으로 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격려금 내역을 제시하자 당사자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조사에 비협조적이던 그들은 이같이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 앞에 결국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5억원의 용처를 찾기 위해 검찰은 한 달 넘게 방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다. 상납된 특활비가 모두 현금이었던 탓에 추적은 쉽지 않았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 인력 전원을 투입해 50여 명의 500여개 계좌추적, 수십 명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실체 파악에 주력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다. 연구와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중의 '분노'를 크게 자극한 기치료·운동치료·주사 비용의 경우 이들의 청와대 출입을 도운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폰이 중요한 열쇠가 됐다.
그는 기치료사·주사아줌마 등을 청와대 카니발 차량 등으로 출입기록 없이 관저로 실어날랐다. 이 과정에서 '접선'을 위해 주고받은 전화·문자가 알리바이가 됐다. 검찰은 "회당 10만∼30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았다"는 치료사들 진술을 바탕으로 전체 지출액을 파악했다. 통화기록이 남지 않은 임기 초중반 기간은 최근의 출입 빈도를 대입해 액수를 추산했다.
이 전 행정관의 계좌기록 역시 차명폰 대수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관리 비용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수령한 매달 특활비 1천만원 중 일부를 계좌에 넣고 차명폰 요금, 삼성동 자택 관리 비용 등에 썼다가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그가 이런 비밀스러운 돈을 통장에 입금한 것은 '돈을 착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록하려는 의도였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문고리 3인방과 박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단서가 됐다.
임기 내내 약 7억원의 운영비가 든 의상실의 경우 매달 1천만∼2천만원이 지급됐다는 관련자 진술이 토대가 됐다. 금품 전달에는 이 전 행정관이나 윤전추 전 행정관이 동원되기도 했다. 남산 1호터널 인근에 있다가 임기 중 신사동으로 옮긴 의상실에 대해 고영태씨는 "월세 150만원, 직원 3∼4명 인건비 월 1천5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직원들은 백화점 유명 브랜드 등에서 여성 의류를 구매해 '카피'한 뒤 환불하고 이를 참고로 옷을 지었다고 한다.
문고리 3인방이 활동비·휴가비·격려금 9억7천600만원을 받은 사실을 규명한 최순실씨의 포스트잇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때 입수됐다. 그러나 금품 로비 정황이라는 짐작을 하게 할 뿐 실체는 규명되지 않은 채 검찰로 인계됐다.
수사 초기 용처에 대해 입을 닫거나 액수를 부풀린 진술을 하던 문고리 3인방은 포스트잇의 존재나 검찰의 관련자 크로스체크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주군'인 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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