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에서 글로벌 해운동맹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적은 컨테이너 화물을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곧장 보내지 않고 중간의 다른 항만에서 배를 바꿔 수송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물동량 2천만개를 돌파한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은 1천34만2천개로 추정된다.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환적 물동량 가운데 2M+현대상선,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대 글로벌 해운동맹이 수송한 것은 720만개로 69.6%에 달했다.
해운동맹의 비중은 2006년 부산 신항이 개장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6년 59.4%이던 해운동맹의 비중은 2010년(62.8%)에 60%를 넘어섰고 2012년 65.5%, 2014년 이후 66%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70%에 육박하는 선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해운동맹 별 물동량과 비중을 보면 2M+현대상선이 336만개로 32.5%에 달했다.
2M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2위 MSC가 결성한 동맹이다. 현대상선은 3대 해운동맹에 끼지 못해 2M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선박과 선복 일부를 공유한다.
CMA CGM과 코스코·에버그린·OOCL등 중화권 선사가 뭉친 오션 동맹은 156만개를 부산항에서 환적해 15.0%를 차지했다.
하파그로이드와 K라인·MOL·NYK 등 일본의 3개사가 참여한 디얼라이언스는 228만개를 처리해 비중이 22.0%였다.
해운동맹들의 비중을 2006년과 비교하면 2M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2006년 15.7%로 3개 동맹 중에서 가장 낮았지만 11년 만에 32.5%로 배 이상 높아졌다.
디얼라이언스는 20.0%에서 2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오션은 23.7%에서 15.0%로 줄었다.
해운동맹에 속하지 않은 선사들의 환적물량은 341만2천개로 30.4%였다.
해운동맹에 끼지 못한 선사들의 비중은 2006년 40.6%였으나 11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한편,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의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수출입과 환적을 합쳐 174만여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116만3천개)과 비교하면 57만8천개(49.7%)나 늘었다.
현대상선의 종전 최대 물동량은 2013년의 156만9천개였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해 지난해 3월부터 영업에 들어간 SM상선은 34만4천개를 부산항에서 처리했다.
애초 목표한 25만개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어서 시장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선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초대형선 투입 확대로 앞으로 해운동맹이 부산항 환적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환적 물동량의 해운동맹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하역료와 각종 서비스요금 인하 압박, 하역장비 확충을 통한 생산성 제고 요구가 거세져 터미널 운영사와 항만 연관 업종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
또 휘발성이 강한 환적화물의 특성상 부산항의 물동량 안정성이 떨어지고 항만정책이 소수의 해운동맹에 휘둘릴 소지도 있다.
이 때문에 항만 주권을 확보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적 선사의 선대를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확충하는 등 육성 정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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