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장 보육시설로 활용, 주택 임대 등 학생유치 노력 이뤄지길"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국토 최남단 마라분교 휴교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학생이 없어서 2년째 휴교 중인데, 올해도 입학생이 없어서 새 학기에 학교 문을 다시 열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7일 제주도교육청과 가파초, 마라리 등에 따르면 아직 새 학기에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의 가파초 마라분교에 입학하겠다는 아동이 없다.
마라분교는 2016년 2월 당시 유일한 학생이 졸업한 뒤 1958년 개교 이래 58년 만에 처음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다른 지역이었다면 진작 폐교했겠지만, '최남단 학교'라는 상징성과 도서 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언젠가 들어올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 2017학년도부터는 마라도에 취학연령대 아동이 있어서 한시적 휴교에 들어간 것이지만 2017학년도에 이어 이번에도 취학연령대 아동이 마라도 외로 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 '나 홀로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마라분교 휴교 전 마지막으로 졸업한 김영주군의 어머니인 김은영 마라리장 역시 새해 7살이 된 둘째 우주를 내년에 마라분교에 보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 많다고 한다.
영주가 5∼6학년 2년간 친구도, 선후배도 없이 혼자 외롭게 학교생활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둘째도 나홀로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김 이장은 "우리 우주가 벌써 자기는 마라분교에 다닐 거라고 말하고, 부모 입장에서도 여기서 학교를 보내는 것이 좋은데 혼자 다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얼른 학교생활을 함께할 또래 친구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5년에는 도교육청이 마라분교 학생유치를 위해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임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도 3억여원 확보했으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산됐다.
김 이장은 "당시 반대 의견 때문에 무산됐다고 하는데, 주민 중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지금 엄마는 마라도에서 일하면서 아이는 제주 본섬에서 초등학교에 보내는 집도 있다. 이런 가정에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주택으로 임대해주면 학생유치가 될 텐데,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최근 초교 빈 교실을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마라도에도 미취학 아동들이 여럿 있는 만큼 마라분교 건물을 보육시설로 활용해 마라분교 입학으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계 당국이 나서서 마라분교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랐다.
도교육청 정책기획과 관계자는 "휴교가 장기화하더라도 마라분교를 폐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라분교에 입학하겠다는 학생이 있거나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전교생이 2명이던 마라분교는 2014년 2월 7년 만에 졸업생 1명을 배출했고, 이후 2014∼2015년 2년간 '나 홀로 수업'이 진행됐다.
마라분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때는 2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 자릿수에 머무르다가 결국 학생이 없어 문을 닫게 됐다.
마라도뿐 아니라 가파도, 비양도 등 제주의 다른 부속섬 학교에서도 학생 수 감소는 오랜 고민거리다.
2012년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분교장으로 개편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가파초는 현재 전교생이 10명이며, 이 가운데 6학년 학생이 없어서 이번에 졸업식을 열지 못한다. 다행히 새 학기에 입학할 학생은 있어서 입학식은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양도의 한림초 비양분교는 현재 전교생이 3학년 1명, 5학년 1명이어서 이번에 졸업식을 열지 못하며 입학할 학생이 없어서 입학식도 열지 못하게 됐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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